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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 예비선거, 선관위가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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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 예비선거, 선관위가 관리해야

공정관리가 핵심, ‘돈선거’ 전락한 일본 사례 있어

민주당이 차기 대통령후보 선출에서 국민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예비선거제 도입 방침을 굳혀가고 있다. 투표권을 갖는 일반 유권자의 비율을 얼마로 하느냐를 둘러싼 당내 논란은 있지만, 제도의 도입 자체는 이제 기정사실화된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내 비주류 일각에서도 예비선거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회창 총재 측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로 민주당이 국민경선을 시행하게 되면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의 대통령후보 선출에서 일반 국민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예비선거제의 도입은 바야흐로 정당민주화의 한 흐름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당의 후보선출에 국민여론이 반영될 통로가 생긴다는 점은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제한된 숫자의 대의원들이 아닌 일반 국민까지 참여하는 예비선거제를 거쳐 후보가 선출될 경우, 후보가 갖는 국민적 대표성은 과거에 비해 한층 높아지게 된다. 이는 정당과 시민사회간의 괴리라는 한국정당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시민참여의 정치를 여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예비선거제가 정당민주화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예비선거제라는 약은 제대로 쓰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잘못 쓰면 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지금 환자의 상태가 워낙 중증(重症)이라 일단은 그 같은 약을 쓰자는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투약 이전에 세심한 대비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마저 끊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본, 예비선거가 돈선거 돼버려**

지난 1995년 일본 신진당에서는 당수(黨首) 선거에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실험을 했다. 1천엔만 내면 일반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제도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1백60만명이 넘는 사람이 우편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투표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 관리의 부실로 인해 이 같은 실험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남의 이름을 빌려 투표하는 부정행위, 자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1만-1만5천표씩 투표에 동원하도록 할당하는 행위, 자파가 경영하는 회사 직원들을 투표에 동원하는 행위, 투표 동원에 따른 금권시비 등으로 선거전은 얼룩지고 말았다.

당초 ‘그림자 실세’로 불리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당내 소장파가 주장하여 도입된 이 제도가, 오히려 금권(金權)을 가진 그의 당권 장악을 보장해주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현재 민주당 특대위가 만든 안을 보면 일반 국민 가운데서 공모, 추첨한 선거인단 1만5천명, 일반 당원 가운데서 선정한 선거인단 2만명, 기존 대의원을 확대 개편한 대의원 선거인단 1만5천명 등 모두 5만명 이상의 ‘국민선거인단’이 대선후보를 뽑도록 하고 있다. 현실적인 관리능력을 고려해 폭을 상당히 제한해 버린 ‘한국형 예비선거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관리가 부실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탁선거로 변질될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경선주자들이 선거인단 공모에 지지자들을 경쟁적으로 동원하는 문제, 공모자들 가운데서 추첨을 통해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당원으로 등록시키는 과정의 공정한 관리 문제, 이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경선주자들간의 시비, 선거인단 구성과 지역순회 경선과정에 소요되는 공정한 관리능력과 비용의 문제 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반 국민과 일반 당원 가운데서 선거인단을 선정하는 과정은 무수한 시비거리를 동반하는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 지지자들을 선거인단에 한 사람이라도 더 넣으려는 주자들간의 사활을 건 경쟁은 경선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비선거 관리 선관위에 위탁해야**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비선거의 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행 선거관리위원회법을 보면 선관위는 자신이 관리하는 공공단체의 선거에 관한 위탁사무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직 예비선거제에 대한 정당 내부의 경험이 부재한 여건에서 선관위가 이를 과도기적으로 관리한다면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는데 안전판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관리비용의 책임 문제, 선관위가 안게 되는 정치적 부담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비용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법에 해당 공공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여타 문제는 상식에 맞게 풀어나가면 될 것이다.

이미 민주당내 경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선거 과정에 대한 불가측적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경선관리를 직접 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안정적인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예비선거제 시행에 따르는 여러 위험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핑계로 과거의 폐쇄적인 경선방식을 고수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이 정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예비선거제라는 대실험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성숙한 민주정당의 모습을 이번 기회에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예비선거의 도입과 성숙한 관리는 이제 민주당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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