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장남 박지만씨가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10.26 사건'를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들'(감독 임상수)에 대해 법원이 31일 일부 삭제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영화사측은 현재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원, 영화 '그때 그사람들' 일부장면 삭제 조건부 상영 결정**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이태운 재판장)는 31일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 대해 "다큐멘터리 장면이 별다른 설명없이 비교적 장시간 삽입돼 상영될 경우 관객들에게 영화가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며 3군데 장면을 삭제해야 상영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첫번째 부분은 영화 도입부 타이틀의 부마항쟁 자료화면이 지나가며 출연자인 가수 김윤아씨가 "박정희 대통령이 친구이자 부하인 김재규에게 살해됐다"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오는 부분이고, 두번째, 세번째 장면은 영화 마지막의 박정희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추모하는 장면과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이다.
재판부는 이 세 장면에 대해 삭제하지 않고 극장에서 상영하거나 TV, 비디오 등으로 배포할 경우, 제작사측이 위반행위 1회에 3천만원을 지만씨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보증금으로 지만씨에게 3억원을 공탁하도록 했다.
***재판부 "풍자로서 영화의 가치 인정. 완전 상영금지 가혹"**
재판부는 그러나 다큐멘터리 삽입부분을 제외하고 영화의 풍자적 기능을 인정해 완전 상영금지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영화의 일부 장면이 '각하'를 성적 사생활이 문란하고, 일본어를 사용하는 등의 인물로 묘사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갖게 하지만, 영화 상영 자체를 금지시키려면 주관적인 명예감정의 침해뿐 아니라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가 저해됐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영화는 허구에 기초한 블랙코미디로 풍자가 본질적이며, 몇몇 패러디 장면은 관객들이 실제와 같다고 인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영화로 인해 고인에 대한 평가가 크게 바뀌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영화 자체의 상영금지는 지나치다"고 밝혔다.
결국 영화라고 해서 실제 인물을 거론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해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되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풍자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면 영화 상영을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은 다음달 3일 개봉 예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장남 지만씨가 영화 내용중 '각하'라는 인물이 일부 장면에서 일본어를 사용하고 '엔카'를 부르는 장면이 사실과 달라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었다.
이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영화사측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협의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적 견해가 많아 영화사측의 강력대응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