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입각 제안으로 불거진 정계개편 논란과 관련, 청와대가 "연정은 당연한 정치행위"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연정을 미끼로 한 정치공작"이라고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외형적으론 '무정쟁'을 말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여야 관계가 또다시 악화조짐을 보이는 형국이다.
***김덕룡 "연정 정당화로 야당 파괴공작 노골화"**
김덕룡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노무현 정권이 과반수 의석을 얻기 위해 정계개편 의도를 서서히 드러내는 것 아니냐"며 "연정을 추진한다고 야당 의원의 입각제의를 정당화하며 야당을 파괴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대표는 "한 일간지에 여당의 핵심관계자 말을 빌어 여권의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보도됐다"며 "재보선 이전 민주당과 합당하고 한나라당 의원까지 빼내 정치공작을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세계일보>는 이날 "우리당과 민주당 합당은 무조건 되는 것으로 시간문제'이고 '한나라당내 개혁세력의 합류 여부가 관건"이라는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에 김 대표는 "(여권이) 겉으로는 국정기조를 바꿔 상생기조를 보이는 것 같더니 뒤로는 음습한 의도로 정치개편을 추진하는 반민주, 반개혁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과 야당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은 연정은 생각도 안한다는데, 청와대 브리핑은 '연정하면 어떠냐'고 나섰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노심의 본뜻이 연정에 있구나'라고 오해를 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연정(聯政)이란 최소한의 연정(戀情)이라도 있어야 되는 법"이라며 "연정을 할 생각이 있다면 민주당의 돈과 사람을 다 쓰고 대통령이 된 뒤 키워준 집은 풍비박산으로 만들고 나온 떳떳치 못한 과거사부터 청산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비꼬았다.
***우리 "합당, 추진된 적도 논의된 적도 없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가동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곤혹스러워하며 '합당' 혹은 '연정'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합당에 관해서 당내에서 결정된 바가 없는데 합당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은 너무 나가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도 그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 좋은 인재를 두루 쓰겠다는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 같고 이를 정치적으로 비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너도나도 입각 제의를 밝히고 나선 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정 대표는 "합당은 추진한 적도 없고 당 내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잘라 말하고 "이번 사건이 정쟁으로 비화돼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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