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협상' 관련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에 2014년까지 쌀 소비량의 7.9%까지 의무수입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가운데, 농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밀실협상 규탄' 및 재협상을 촉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농민.시민사회단체 "'밀실 쌀협상' 무효화하고 전면 재협상하라"**
27일 농민단체 대표 및 각종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에서 '우리쌀지키기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비상시국대회'를 열고, "정부는 쌀 협상을 진행하며 정작 당사자인 농민들과 국민들에게 협상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밀실협상을 강행해 왔다"고 규탄하며 "정부는 연내 협상종결 방침을 철회하고 쌀 전면 재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WTO규정 어느 조항에도 올해안에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관세화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내 협상종결'과 '자동관세화'로 잘못 해석해 협상에서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켰다"며 "만일 협상국들이 이의 제기를 한다 해도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를 내세운 협상국들의 책임도 있다'라고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협상 당국을 비판했다.
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사무총장은 "대미무역의존도가 우리보다도 훨씬 높은 캐나다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공개에 협상하다 국민의 요구에 의해 협상 전과정을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공개한 적이 있다"며 "우리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공개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도 "정부의 쌀 협상은 국민과 농민들을 대변해야 하나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연내에 끝내야 한다는 입장으로만 강행해 왔다"며 "8% 의무수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최선이고 불가피한 것 처럼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으며, 협상과정에서 우리 쌀을 살리고 농민.농촌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쌀 개방 문제는 단순한 시장경제논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질서를 재구성하는 문제"**
문화연대 지금종 사무총장은 "쌀은 단순히 시장과 자본의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계층적 삶의 문제이고 우리 민족 사회의 질서를 깨는 위험요소"라며 "쌀 개방 문제는 우리 삶을 재설계하는 문제로 다시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유영일 신부는 "40년 동안 개발만이 살길이라 생각해왔으나 결국 극소수만 잘 사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라며 "위로부터의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우리 스스로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무책임한 통상외교관료들 버릇 한 번 고쳐보자고 국회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쌀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 조차 상임위 성원을 채우지 못해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며 "굶어야 할 사람들은 국보법 폐지, 쌀 재협상 촉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관료, 청와대 보좌진, 국회의원들이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쌀 개방 찬반 주민의견 묻겠다"-농림부 "주민의견 묻는 것 부적절" 철회요구**
농민들의 반발은 서울 뿐이 아니었다. 경북, 충남, 전북, 강원 농민회 회원 5백여명은 각각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협상 무효와 전면 재협상을 촉구한 뒤 차량 시위를 벌였다.
특히 전남 나주시는 전국 지자체중 처음으로 28일 쌀시장 개방에 대한 찬반 주민의견을 5백54개 마을 4만2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할 계획이어서 농림부 등 중앙 부처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주시는 주민 대부분이 쌀 재배 농민으로 쌀 개방에 따른 지역 경제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자체로 쌀 개방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물어 중앙 정부의 농업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27일 전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주시의 주민 의견조사는 농민들이 쌀 협상 과정과 내용을 잘못이해하고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 부적절하다"며 의견조사 철회를 요구하는 등 '쌀 협상'이 정부와 농민단체의 갈등에 이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 쌀 협상 국회비준 절차 검토중**
한편 정부는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무회의를 거쳐 30일 쌀협상안을 WTO에 통보하려던 방침을 변경해 국회비준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농민단체 등은 "헌법에 따라 협상결과가 '법개정'과 '재정부담'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기에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받아 WTO에 '양허계획서'를 제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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