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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이 망해가...협상문 찢어버려야"

4자회담에 우리당 개혁파 '강력반발', 이부영-천정배 퇴진 요구도

여야 '4자회담'의 결과를 놓고 한나라당이 만세를 부르는 분위기인 반면, 열린우리당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강경론이 거세지면서 이부영 의장-천정배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지도부 인책론'까지 제기되는 등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개혁파 "엉터리 합의문, 찢어버려야" **

22일 오전 '4자 대표회담'의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마련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는 한나라당과의 합의 내용에 분노하는 개혁파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일부 의원들은 전날 합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며 '백지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의 연내폐지'를 주장하며 2백40시간 '농성 의총'을 주도한 김태홍 의원은 "우리당 지지자들의 90%는 당이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제 합의로 지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 우려된다"며, 의총 발언 도중 울분을 참지 못해 눈물까지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4자 회담'이 열린우리당을 망하게 하는 저승사자 회담 같다"며 "국보법을 연기할 만한 전권을 위임한 적도 없고 그런 합의문은 찢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총 도중 미2사단 방문 차 이부영 의장이 자리를 뜨려하자, 임종인 의원은 "군부대 위문이 중요하지 않다. 의장이 자리에 계셔야 한다"며 "우리당의 진로가 논의돼야 하는데 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형주 의원도 "당이 망하는데 가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동안 연내 폐지에 소극적이었던 의원들도 강경론에 속속 가세하기도 했다.

전대협 출신 오영식 의원도 "지도부가 여야 협상까지 자제를 요청해 2백40시간 의총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국보법 연내처리에 같이 힘을 보태야할 때인 것 같다"며 "어제 합의가 사실상 국보법의 연내 폐지를 힘들게 할 것 같다는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우리당 의원의 다수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연내 폐지를 압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4대법안' 등의 문제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아온 최규성 사무총장도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에 제일 중요한 다수결의 원리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보도진은 물론 당직자, 보좌관조차 출입이 통제된 채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는 "합의문을 인정할 것인지를 표결에 붙이자"는 주장도 제기됐다는 후문이고, "굴욕적 엉터리 협상을 해온 데 대해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지도부 인책론'도 간간히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 이부영 "협상은 주러 나가는 것"**

당내 반발을 기류가 거세지자 전날 '4자회담' 합의에 크게 고무됐던 이부영 의장, 천정배 대표도 기죽은 자세로 의원들 설득에 진력했다.

이 의장은 "어제 협상 내용에 관해서 의원 여러분들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점 있을 것이나 우리는 오늘 하루만 정국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길게는 이 정권 나머지 3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다시 집권해 우리당이 목표로 하고 있는 개혁을 끈질기고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할 입장"이라며 "나나 천 대표의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정도 협상밖에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을 십분 이해해 주고 긴 눈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집권 여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간다는 것은 주러 나가는 것이지 받으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며 대야 협상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뒤, "천정배 대표는 원칙을 지키려고 보기에도 참 대단히 강인하게 노력했지만 협상 되게 하기 위해서 내가 오히려 천 대표의 강인한 의지를 완화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이었다"며 천 대표를 감싸기도 했다.

이 의장은 의총전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당 지도부라는 이런 상황에선 욕을 먹으면서도 결단하고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중진들은 잘 알 것"이라며 중진들의 이해를 구하고, "당직자, 중진 의원들이 불가피성에 대해 평의원들을 잘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이번 협상은 우리로서는 국민에 대한 집권당의 책임, 현실적 ,객관적 조건에 대한 냉철한 인식에 기초를 둔 것"이라며 "이번 협상으로 실질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개혁 법안들이 정상적 논의의 대상이 됐고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야당과의 대립 여지도 감소됐다"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려 애썼다.

***온건파 "얻은 것도 있다"**

난감한 지도부의 처지는 그나마 '중도파' 의원들과 중진들이 옹호했다. 이들은 "합의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연내처리에 노력하면 되지 않겠냐"고 지도부를 두둔했다.

염동연 의원은 "정치는 협상인데 안정적 국정 운영의 틀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얻은 것도 있다고 본다"며 '4자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중식 의원도 "기술적으로 다소 양보를 많이 한 측면도 있지만 그런대로 합의 정신을 살려 나가야 한다"며 "단합해서 연말까지 잘 처리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중진에 속하는 한명숙 의원은 "지금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할 때"라고 말했고, 이용희 의원은 "협상은 주고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태 의원은 "원래 지도부가 협상하고 나오면 혼이 좀 난다"고 지도부를 감쌌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도 "불만도, 우려도, 울분도 많지만 적전분열해선 안 된다"며'단합'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도부 인책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전투에 나가는 장수에게 검을 뺏어서야 되겠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중진 등의 지도부 감싸기에도 불구하고 당내 개혁파의 반발이 거세고,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 우리당은 앞으로 상당기간 정체성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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