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월드컵예선이후 12년만의 남북한 축구 대결이 무산됐지만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이란을 피하는 행운을 누렸다. 9일 오후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에서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와 같은 조에 편성됐고 북한은 일본, 이란, 바레인과 한 조를 이뤘다.
민속명절인 설날(2월 9일)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대결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본프레레호는 지난 아시안컵 8강전에서 패했던 막강화력의 팀 이란을 피했다. 이란은 올해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뽑힌 알리 카리미, A매치 최다골 기록보유자 알리 다에이와 마흐다비키아 등 화려한 공격진을 자랑해 한국에겐 최대 난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의 다크호스들과의 경기가 남아 한국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10년간 감독을 13차례나 바꾸는 등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다. 사우디는 지난 아시안컵에서 이라크에게 패해 8강진출에 실패하자 기다렸다는 듯 헤라르트 반더렘 감독을 경질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지난 11월 아르헨티나 출신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을 영입했다. 전 아르헨티나 대표팀 미드필더 출신으로 1982,90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스타 출신 감독이다.
사우디는 2차예선 1조에서 6전전승을 기록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랭킹 30위인 사우디는 모하메드 누르 등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성남 일화를 꺾고 우승했던 알 이티하드 클럽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개인기가 뛰어난 사우디는 1994년부터 월드컵본선에 연달아 3번 진출하는 등 아시아권의 강호로 군림해왔다.
2차예선 5조에서 5승1무를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은 7년째 감독직을 맡고 있는 라브샨 하이다로프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하이다로프 감독은 이번 만큼은 반드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하이다로프 감독은 "솔직히 우리팀의 월드컵 본선진출 가능성은 50%이다. 최종예선을 대비해 유럽 1팀, 아시아 1팀과 평가전을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1994년 AFC(아시아축구연맹)에 속하게 된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97년엔 한국과 일본, 2001년엔 중국의 벽에 막혀 본선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쿠웨이트 징크스가 있었지만 지난 아시안컵에서 4대0의 대승을 거두며 모래바람을 잠재운 바 있다. 하지만 쿠웨이트는 2차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말레이시아를 6대1로 따돌리며 자신감을 얻었다.
측면공격을 자주 주문하는 쿠웨이트의 모하메드 이브라힘 감독은 "이 승리는 쿠웨이트 축구의 위대한 부활을 알렸다"고 밝힐 정도였다. 쿠웨이트는 지난 달 28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과의 평가전에서 1대0의 승리를 거뒀다.
한편 스피드와 투지를 앞세워 2차예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북한은 일본, 이란, 바레인 등과 B조에서 맞붙게 돼 본선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은 다음과 같다.
1차전 2월9일 쿠웨이트 (H)
2차전 3월25일 사우디(A)
3차전 3월30일 우즈베키스탄(H)
4차전 6월3일 우즈베키스탄(A)
5차전 6월8일 쿠웨이트(A)
6차전 8월17일 사우디(H)
(H)홈경기 (A)원정경기
1차 플레이오프 9월3일, 7일 (A,B조 3위팀간 격돌)
2차 플레이오프 11월12일, 11월26일 (1차 플레이오프 승자와 북중미카리브 4위팀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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