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상정을 위한 국회 법사위가 3일 한나라당의 지연전술로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최재천, "강행처리하지 않을테니 토론만 하게 해달라"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우려와 달리 국회 법사위는 예정된 개의시각인 4시 30분을 15분 정도 넘겨 개회됐다.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을 제외한 법사위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의 처리를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처리할 수 없다. 의총을 소집해 놨으니 시간을 달라"고 지연전술을 폈다.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은 토론 없이 바로 표결로 처리하게 돼 있음에도, 상정의 키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양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열린우리당, 민노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법을 총동원하며 때로는 논리로 때로는 읍소를 하기도 하며 상정을 요구했다. 법사위 간사인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우리가 간첩이냐 아니면 수구꼴통이냐. 왜 정당한 토론을 못하게 하느냐"고 강변했다.
최 의원은 "상정이 되면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가는데, 소위 위원장이 나라서 내가 강행처리하는 줄 알고 못하게 하는 것이냐"면서 "강행처리하지 않는다. 다만 토론은 밤을 세워서라도 강행하겠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정기국회는 예산부수법안만 처리하기로 했고, 지난번 공정거래법 법사위 통과에 합의하며 국보법은 열린우리당이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 의사일정변경동의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간사인 나와 협의가 없었다"라며 "최 의원이 나와 상정 여부를 밤을 세워 토론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최 의원은 "법안 내용으로 토론을 해야지, 상정을 가지고 무슨 밤샘토론을 하냐"며 "한나라당도 정기국회때 예산부수법안이 아닌 법안을 처리한 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난 공정거래법 처리를 위한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합의문에는 '공정거래법을 12월1일 법사위에서 처리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어디에도 국보법 처리하지 않겠다는 말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은 충분히 심사하겠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전격적으로 기습 처리하려는 것이 불안해 상정을 저지하는 것 같다"라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일방 처리하지 않겠다는 보장책을 제시하면 원만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일종의 약속을 요구했다.
이같은 위원장의 발언에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최연희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면 될 일인데 지연전술을 하고 있다"고, 노회찬 의원도 "의사진행 방해하려고 의사진행발언을 시키는가"라고 최연희 위원장의 지연전술을 질타했다.
그럼에도 불구, 최연희 위원장은 최재천 의원과 주성영 의원의 소란스러운 언쟁을 핑계 삼아 정회를 선포해 회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김용갑, "국보법 폐지하면 혈압올라 쓰러져"**
한편 이날 법사위원회 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단과 의원들이 총출동해 기싸움을 벌였다.
개회시각인 4시30분에 조금 앞서 도착한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을 맞은 한나라당 의원은 법사위원이 아닌 김용갑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토론과 표결 과정을 지켜봐 달라"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인사에는, "내 오늘 흥분 안하는 약을 먹고는 왔는데 그래도 국보법 폐지하면 혈압 올라 쓰러져 죽는다"며 은근한 '압박'으로 화답을 대신했다.
한나라당 법사위원들 뒷자리에 선 채로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초조하게 지켜보던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의사진행발언 도중, "국보법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걸린 법"이라고 말하자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걸린 법이지"라며 "최 의원 목소리 낮춰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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