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 부총재는 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갖고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최 부총재는 현재의 대통령제를 ‘선출된 황제’에 비유하면서 “민주주의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기 위해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필요하다”며 “다음 대통령으로 이회창 총재가 된다면 임기 말에 여야가 내각제를 놓고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재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 권력 분립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내각제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해도 또 이런 상황이 극복이 되지 못하면 내각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본인 스스로 내각제 개헌을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명확히 대답했다.
아울러 최 부총재는 권력의 분립을 위한 대안으로 ‘대통령과 당 총재의 분리 내지 합의제 당 운영’, ‘완벽한 선거공영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총재직을 내놓기로 당의 뉴밀레니엄 위원회에서 합의가 되어 있다”며, “만약 이 총재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총재직은 갖더라도 공천 등 당 운영을 합의제로 바꾸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 부총재는 DJP 공조 붕괴 무렵 “이 총재에게 자민련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주자고 얘기했는데 당시 총재와 생각이 달랐다”고 비화를 소개했으며, JP-YS 신당설에 대해 “정계개편 흉내를 내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대선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개혁신당설’에 대해서도 “우리 당에서 개혁세력이 나간다는 등의 얘기는 이회창 총재의 집권 가능성이 커져 가고 있기 때문에 JP가 움직여 무언가를 할 가능성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신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 문제에 대해서 최병렬 부총재는 “현재는 이회창 총재가 준비만 좀 잘 해주면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김덕룡, 손학규씨 등이 자꾸 다른 얘기를 해서 당원들이 ‘당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더 단결하고 할 얘기가 있으면 내부에서 이 총재에게 직접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11월 7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인터뷰는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이 시끄럽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민주당에 불고 있는 당쇄신 바람이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정치 구조 전반의 1인 지배구조 혹은 독단의 정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래서 민주당에 부는 쇄신의 바람이 한나라당에도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민주주의 핵심**
최병렬 :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경제를 어느 정도 건설한 뒤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87년 6.29선언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민주화라는 장정이 시작했다. 민주화라고 할 때 우리 국민들이 머리 속에 떠올리는 키워드는 첫째가 선거의 공정성이고, 다음이 인권, 세 번째가 언론의 자유다.
물론 현재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 세 가지는 어느 정도 되지 않았는가. 그러면 우리나라가 민주화 됐는가, 소위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가 됐느냐고 하면, 난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돼야 한다. 사실 민주주의 발달사를 봐도 마그나카르타로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대혁명을 거쳐 미국헌법 만들어질 때까지 권력의 분립과 견제의 과정이었다. 오늘날 국제적으로 제대로 행세하는 나라치고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말로는 민주주의지만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그야말로 ‘선출된 황제’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이 단계에서 민주주의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기 위해 권력의 분립과 견제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권력의 분립과 견제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최병렬 : 우선 정치만 보면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를 겸하고 있다. 대통령이 여당의 공천권, 인사권을 다 가지고 있다. 인사에서부터 국회 예산이나 중요한 일정까지 청와대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뭐가 있는가.
그러다 보니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나 당에서 최강자다. 거기서 전화 한통만 하면 모든 것이 왔다 갔다 한다. 386아니라 386 할애비를 다 가져다 채워 봐라. 지금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정치가 이 모양을 벗어날 수 있는가. 이건 국회가 아니라 통법부라고.
그럼 왜 국회의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가. 전부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천에 있어서도 그렇고, 솔직히 ‘한자리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들도 있고. 또 한국의 정치가 과거처럼 예산을 심의하고 무슨 안건을 다루면서 국회의원들이 돈 받아먹고, 이런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총재 분리, 선거제도 개혁 필요**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문제가 선거다. 선거만 하면 돈이 들어간다. 나는 강남에서 선거를 했으니까, 그 지역이 뭐 돈 준다고 표 찍어주는 지역은 아니니까 돈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좀 변두리나 지방으로 가면 10억 한 장 없이는 선거를 못 치룬다. 20-30억씩도 든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자기 집 팔아가지고 선거 치르는가. 아마 자기 돈 들여서 선거 치른 사람들은 정몽준 의원, 김만제 의원 등 몇 명밖에 없을 것이다. 나머지는 다 돈 받아서 한다. 이게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한계를 넘은 돈이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 다닌다고. 안으로 밀면 바로 교도소 안으로 떨어지는 거야. 그러니 이 국회가 무슨 소신 있는 일을 하겠는가. 맨날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지.
이 시스템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 당에 ‘밀레니엄 위원회’가 있는데 작년에 ‘우리당의 총재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총재직을 내 놓는다’는 걸 합의했다. 또 아니면 대통령이 총재를 하되 집단지도체제처럼 공천권 등 의사결정을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 합의체제로 바꾸면 대통령 혼자 전횡할 수 없지 않나.
그 다음에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 지금 같은 이런 선거제도로는 정치하는 사람이 계속 권력에 약점을 잡히고 눈치를 봐야 한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선거제도를 말하는 것인지.
최병렬 : 국회의원 선거제도.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국회의원선거제도만 보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국과 같은 철저한 공영제 이외에 별다른 묘방이 없다. 근데 공영제로 가게 되면 ‘과연 공영제가 지켜질 것인가’가 문제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투,개표 과정만이 아니라 선거운동 과정에도 정당 추천 참관인이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남구에서 선거관리위원회로 공무원들 30명을 뽑는다면 그에 덧붙여서 원내교섭단체인 정당들이 30명씩 선거 감시 참관인을 내놓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사전선거운동 기간이 6개월이니까 이 기간동안 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급여를 주고 3인 1조, 4인 1조로 짜서 지역에 쫙 깔리는 거다.
그래서 버스 타고 어디 놀러간다든지, 모아놓고 밥 먹는다든지, 이런 것을 감시하자. 영국도 두 명의 수상이 엄격하게 선거과정을 감시해 하원의원 당선자 상당수를 사법처리하는 과정을 거쳐 공영제가 자리 잡았다.
***“다음 정권 임기말 내각제 협상 가능”**
프레시안 : 권력의 분립과 견제의 구체적인 방편으로 대통령과 당 총재직의 분리와 선거공영제를 말했다. 그런데 통상 권력분립과 견제의 방편으로 흔히 떠올리는 것이 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이다. 왜 그 얘기는 하지 않는가?
최병렬 : 내각제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 틀 안에서 변화를 얘기한 것이다. 대선거구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내각제를 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프레시안 : 다음정권에 가서라도...
최병렬 : 다음정권에 가서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혹시 내각제를 요구할 생각은 없는가.
최병렬 : 다음 대통령으로 이회창 총재가 된다면 임기 말에 여야가 내각제를 놓고 협상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지 않다. 선거구 제도도 중선거구나 대선거구로 바꾸는 것을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다음 정권을 쥔다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소신이라고 봐도 되는가.
최병렬 : 뭐, 그럴 수 있다. 지금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정권을 쥐고 나라 기틀이 단단하게 잡힌다면, 우리가 지역갈등이 심하고 중앙집권적인 문화가 있다는 특성들을 고려하면 내각제가 하나의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실제로 하고 있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내각제 개헌을 주장, 또는 추진할 것이라고 규정해도 되겠는가.
최병렬 : 우리가 정권을 잡고 권력 분립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내각제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해도 또 이런 상황이 극복이 되지 못하면 내각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본인 스스로도 제기할 것이고?
최병렬 : 그렇다.
(여기까지 내각제 개헌에 대한 최 부총재의 생각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자민련과의 관계 등 정치권 전반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 부총재는 스스로 내각제를 제기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소신을 명확히 밝혔다)
프레시안 : 다음에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된다면 당 총재를 그만두라고 요구할 생각인가.
***이 총재 대통령되면 총재직 내놔야**
최병렬 : 아까 얘기했듯이 뉴밀레니엄 위원회에서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존중돼야 하지 않겠나. 만약 이 총재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총재직은 갖더라도 합의제로 바꾸자고 요구하겠다. 현재 부총재 12명중 7명만 직선이고 5명이 임명제다. 총재가 임명해서 전당대회에서 승인을 받게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직선제로만 부총재를 뽑아 모든 의사결정을 합의제로 해야 한다. 그러면 청와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틀은 바꿀 수 있지 않나. 특히 공천이 문제니까. 이런 것은 총재한테 얘기할 생각이다.
프레시안 : 대통령과 총재직의 분리 내지는 경선에서 뽑힌 부총재들간의 집단지도체제...
최병렬 : (말을 가로채며) 집단지도체제와는 좀 다르다. 의사결정의 ‘합의제’가 중요하다. 현재는 협의제로 되어 있다. 협의제는 협의만 하면 의사결정은 자기 맘대로 하는 것 아니냐.
프레시안 : 좀 엉뚱한 질문일지 모르겠는데, 지난 부총재 경선에서 일등을 하지 않았나(최병렬 : 그때 표를 많이 얻었다). 민주당 같으면 차기 대권후보라고 해서 온 전국을 다니고 그럴 텐데, 왜 그런 말이 안 나오는가.
최병렬 : 그 질문 참 많이 받았다. 물론 부총재 경선에서 표를 많이 받았고 정치적으로 웬만하면 나도 해 보았으면 하는 야심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일년 반 전에 전당대회를 해서 부총재가 되고 생각한 것은 이 정부가 이게 싹수가 노랗고, 특히 대북관계도 그렇고 위태위태해서 어떻게든지 우리가 단결해서 대여투쟁도 제대로 하고, 국민들한테 야당이 대안으로 여겨지는 믿음을 살 수 있는 정치를 해야겠다, 내가 여기에 내 역할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당원들한테 분명히 말했다.
***대통령후보 경선 안 나간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자꾸 개헌얘기도 나오고 잡음이 난다. 이것을 언론에서 엄청나게 증폭시켰다. 우리 당에서 개헌을 이야기하는 박근혜 부총재, 김덕룡 전부총재, 손학규 의원 등 우리가 볼 때 당내에 별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없는데 신문이나 잡지에서 무슨 큰 개헌을 위한 움직임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증폭시켰다. 당원들이 당에 대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나는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더 단결하고 할 얘기가 있으면 내부에서 이회창 총재에게 직접 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지금은 내가 나서서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이회창 총재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지금까지 나는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사람이라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회창 총재도 단점이 있지. (프레시안 : 어떤 단점?) 아, 속이 좁아 터졌지. 이건 내가 본인한테도 하는 이야기니까.
그러나 이 난국을 헤쳐가기에 필요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판사를 오래 해서 그런지 도덕적 기준이 높다. 그 다음에 자기 나름대로 원칙에 투철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법과 원칙에 투철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또 상당히 명석하다. 회의를 정리하거나 보고받고 인지하는 능력 등이 상당히 뛰어나다.
포용력이 없다거나 대여 투쟁력이 약하다는 점들이 문제다. 그러나 대여 투쟁력은 안 해본 사람한테 옛날 YS나 DJ처럼 투쟁하라는 건 무리다. 포용력이 약하다는 부분은 본인이 그런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고치려고 노력한다. 요새 많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오늘 같은 난국의 대통령으로는 자질 면에서 괜찮다고 보고.
다만 구체적인 정책에 있어 노사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고,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이고, 이런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가 문제다. 아직 이런 부분에는 내가 풀 크레딧을 주고 있지 않다. 우리가 이제 국가혁신위를 만들어 정책적인 측면을 많이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거쳐 이회창 총재가 분명한 자기 아이디어를 정리하리라고 기대한다.
그 다음에 자신의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회창 총재가 배짱 있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갈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풀 크레딧을 주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시국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이 양반이 나서면 자기 모든 것을 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양반을 중심으로 우리가 단결해 정권을 찾아서 나라를 바르게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이런 기대와 나름을 생각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 지금 입장이 변할 가능성이 있는가.
최병렬 : 현재는 이 양반이 준비만 좀 잘 해주면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최근 정계 개편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정계 개편이 있을까.
최병렬 : 원래 여당이 선거가 어려워지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어 있다. 또 지금 정치판에는 JP라는 독특한 존재가 있다. 나는 JP가 지난번에 DJ하고 한판 붙은 것이 이런 결과까지 예상했다고 보지 않는다. 장관을 물러 앉히고 자기 위상이 좀 돋보이게 하는 것을 머리에 그렸다고 본다. 그런데 의외로 DJ가 강수를 써서 이렇게 됐다.
***“자민련 교섭단체 만들어 주자”**
나는 그 무렵 이회창 총재한테 JP를 챙겨주자고 얘기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JP를 챙겨줘도 여기서 도움 받아 대권에 도전하거나 이런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선거에 임박해서는 진짜 적이 될 사람과 적이 되지 않을 사람을 구분해 이런 사람들은 거느리고 가는 것이 좋다.
둘째 우리 당이 보수적이다, 심하게는 극우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어차피 한국 정치판에서 보수니 개혁이니 이런 이데올로기적 구획이 계속 따라 다니기 마련인데, JP에게 역할을 줘서 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적인 위상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는 중도 혹은 중도 우파적인 입장으로 정국을 요리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JP를 챙겨준다는 의미가...
최병렬 :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나와 총재가 생각이 달랐다. JP가 YS와 손을 잡는다는 얘기가 신문에도 났다. 정계 개편 흉내를 내는 것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몸짓이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일부 신문에서 우리 당에서 개혁세력이 나간다는 등 근본을 뒤흔드는 얘기도 봤는데, 난 그 가능성은 JP가 움직여서 무언가를 할 가능성보다 낮다고 본다. 이건 권력의 속성이다.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흐트러질 가능성이 적다.
프레시안 : 김덕룡 의원이 새로운 신당을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최병렬 : 허허. 얘기겠지. 그 양반 아마 (한나라당 총재 및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올 것이다. 지금 당에서 아무 직책을 안 맡고 있고 우리 당내에 계파를 가진 존재니까. 내 생각에는 다음 총재단 선거할 때 나와서 다시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자기 정치적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을 ‘무지개 정당’이라고 한다. 색채가 워낙 다양하다. 앞으로 어떻게 가야한다고 보는가.
최병렬 : 우리나라의 큰 정당인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우리 당은 지금 김원웅 의원부터 김용갑 의원까지 있지 않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지금 김원웅 의원부터 김용갑 의원까지 있다고 말했는데, 최 부총재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최병렬 : 나는 대개 중간쯤에 있다고 본다. 중간쯤.
프레시안 : 중간쯤 있는 것인가, 김용갑 의원 쪽에 다소 치우쳐 있는 것 아닌가.
최병렬 : 치우쳐 있다고 해도, 난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원래 정당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뭉쳐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강정책으로 뭉친다. 물론 정강정책의 베이스는 이데올로기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함축된 것이 정강정책이다. 또 우리는 정강정책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상당히 포괄적인 용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안에서는 다양한 입장이 동거할 수 있다.
***'무지개 빛 한나라당' 문제될 것 없다**
우리당의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입장도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국민정당을 지양한다면 이들을 대변하고 포용하는 정권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김원웅 의원 같은 생각도 좋고, 김용갑 의원 같은 생각도 좋은데 남의 의견을 공격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최근 국가보안법으로 한참 시끄러울 때, 우리 당에서 국가보안법을 고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국가보안법을 고치자는 입장의 사람들을 불러가지고 세 시간 동안 난상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가운데 앉아가지고 ‘오늘 토론은 아규(argue)가 아니라 디베이트(debate)니까 남을 공격하지 말고 자기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그때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얘기를 하다보니까 상당 부분이 일치했다. 그래서 내가 ‘우리가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이 우리 당의 현실이고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오늘 우리가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많은 얘기를 해보았더니 서로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지 않았느냐. 이렇게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가는 게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지혜다. 공격하기 시작하면 한 지붕에 못 산다. 이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룰이다’라고 정리한 적 있다.
오늘날 우리가 무지개 정당이라는 건 객관적으로 사실이지만 우리가 국민정당을 지향하는 모습으로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에서 부딪치는데, 이때 최대한 합의를 모으고 가능한 공약수를 넓혀나가는 역할을 내가 하려고 한다.
프레시안 : 내각제 개헌이 없다면 다음 대선에 도전할 생각인가.
최병렬 : 그건 그때 가봐야지 알겠지(웃음). 내가 그렇게 배짱이 없고 매사에 돌다리를 두들기고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근데 내가 보는 것은 실제 이 나라가 매우 위중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가서 겁을 잔뜩 먹고 왔는데, 우리나라의 앞날이 정말 심각하다.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고, 제조업은 물론 하이테크 산업까지 우리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산업기반이 무너질지 모른다.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회창 총재가 집권하면 나는 중국에 대대적으로 사람을 보내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이렇게 위중한 상황에서 오늘날 현실적인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가 이를 극복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을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재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조선조 때 당파싸움 하느라고 나라 말아먹은 사람들과 똑같은 것이다.
프레시안 : 요즘은 최틀러라는 별명 거의 안 듣나.
최병렬 :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없는데...
프레시안 : 오늘 이렇게 장시간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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