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을 한국형 뉴딜 정책에 사용하겠다는 정부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선 19일, 열린우리당은 김 장관 발언에 향후 경제정책에 미칠 후폭풍과 함께 정치적 의도가 깔렸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하루종일 크게 술렁였다.
***지도부 '파장 최소화'에 진력, 일부 의원 "장관이 이렇게 하면 안된다" 불만**
당 지도부는 김 장관의 발언에 "주무부처의 장관으로 할 수 있는 얘기"라며 파장 최소화에 진력했다.
이부영 의장은 "연기금 문제와 관련해 정부 내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중재하겠다"고 진화에 부심했다. 이 의장은 "이 문제는 정부부처와 당 사이의 문제라기보다는 부처 내의 이견이라고 보고 당이 적극적으로 조정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김 장관의 말씀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면서 "우리당은 국민연금 운영에 있어서 독립성과 전문성의 문제가 함께 더해져야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정경제위 소속인 정덕구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거물정치인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한 말로 받아들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연기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은 가운데 설명을 잘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실수"라면서도 "이자가 보장되니 연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면서 환영하는 쪽도 많다"고 김 장관과 시각차를 보였다. 그는 "뉴딜이라는 게 확정된 것도 아니고 정책위에서 논의한 바도 없이 우선 민생 챙기는 이벤트로 애드벌룬만 띄워놓은 것"이라며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은 만큼 아직 그걸 갖고 갑론을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복지분야를 담당하는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도 "장관이 당정협의를 통해 이의를 제기해야지 이런 식으로 밖에 나가서 하면 안된다"며 "김 장관에게 '이건 아니다. 이렇게 하지 말라'고 분명히 얘기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김종률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 장관은 소관부처 장관으로 원칙적인 말씀 하신 것으로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지만 정부 부처에서 팀워크가 흐트러진 게 아닌가 의아해 할 수 있는 발언이라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가세했다. 그는 "국민들 눈에는 김 장관 말이 경제 활성화에 연기금이 곧바로 사용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뉴딜 정책을 세울 때부터 김 장관과도 충분한 의견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경제부처 뒷받침하는 부처는 아니다"**
반면 보건복지위 간사인 이기우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뉴딜 정책이라는 게 이제껏 대단히 경제부처만의 일방 논리로 추진돼 왔던 것이 사실이고 그 점은 보건복지위 내에서도 꾸준히 지적돼 왔던 것"이라며 "주무부처 장관으로 적기에 할 말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뉴딜 정책의 주재원이 연금이라지만 아직 16대 때 국회로 넘어온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심의도 되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임금 고갈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할 연금 개정도 되지 않았는데 활용을 먼저 얘기하는 것은 선후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너무 약해서 목소리를 못 내고 경제부처 일방 논리에 끌려 다녔지만 이젠 동등하게 논의되고 고민하는 상황이 됐으니 오히려 건전하다고 본다"며 "보건복지부가 경제부처를 뒷받침하는 부처는 아니지 않느냐"고 적극 가세했다.
우리당내 상당수 의원들도 김 장관 발언을 계기로, 야당 및 일반여론, 전문가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연기금 동원계획'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근태 "복지부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 재확인**
한편 우리당은 지난 6월 분양원가 공개 논란 당시 김 장관이 "계급장 떼고 논쟁해보자"는 발언이 몰고온 정치적 파장이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가뜩이나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장관의 '당 복귀설'이 파다하던 터에 나온 발언이어서 정치적 역학구도를 고려한 의도가 있는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김 장관은 그러나 "나로서는 할 말을 다 했고 정책 얘기를 한 것"이라며 "장관한 지 4개월인데 당에 복귀할 수 있겠느냐"고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도 "정부와 국가가 책임질 부분이 한번 무너지면 다른 쪽에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국민연금을 다 내놓으라고 할 것"이라며 "경제논리적으로는 이해되지만 국민연금으로 노후와 사회안전을 감당해야 하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얘기를 안했지만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여러번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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