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노무현은 '악의 축'(Axis of evil)이다."
<월간조선>이 5일 오후 장충체육관에서 주최한 '이론무장을 위한 대강연회'에서 연사로 나선 독일인 의사이자 자칭 북한 인권운동가인 노베르트 폴러첸이 쏟아낸 극언이다. 이날 강연회장의 분위기가 어떠했는가를 감지할 수 있는 말이다. 이날 장충체육관은 완전히 '극우보수의 해방구'였다.
***폴러첸 "김정일의 가장 친한 친구를 청와대에서 끌어내자"**
이날 <월간조선>이 주최한 강연회에는 5천여 군중이 모였다. 연령은 대부분 50~60대였다.
연사로 나선 폴러첸은 "여기가 서울인가 평양인가. 지금 노무현 정권은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대량살상 전범 김정일과 어깨동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돼 대북 강경책이 업그레이드 될 것을 잘 아는 김정일이 목숨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잘 알고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쟁 임박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1>폴러첸
폴러첸은 또 "대한민국 경제가 파탄난 것은 북핵 때문이고, 김정일 때문이고,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려면 수출을 해야 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평양으로 수출해 경제를 살립시다"는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폴러첸은 이어 "김정일의 가장 친한 친구를 청와대에서 끌어내자. 김정일과 노무현은 '악의 축'이다"며 "지금 일어나 청와대로 행진하십쇼"라고 정권을 엎자는 선동도 서슴치 않았다.
폴러첸은 또한 "침묵하는 다수가 돼서는 안된다. 1919년 3월1일 독립을 외쳤던 것 처럼 여러분도 그럴 때가 됐다"며 "김정일을 용납해선 안되고, 김정일의 친구 민족 반역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고 말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사진2> 조갑제
***조갑제 "주류와 기성세대가 교사요원이 돼 젊은 영혼 구해야"**
주최측인 조갑제 대표는 '모시는 글'을 통해 이날 모임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조 대표는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의 결전장에서 승패는 국민들의 민심(民心)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누가 잡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피와 땀과 눈물로써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주류층과 기성세대가 교사요원으로 나서야 젊은 영혼들과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청중들이 이날 강연회에서 들은 내용을 젊은 세대에게 널리 전파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강연회는 조 대표 주장처럼 극우진영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울려퍼졌다.
첫번째 연사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데 고무된 듯, '위헌론'을 앞세워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맹성토했다.
<사진3> 청중들
이 변호사는 "독일이 통일 전 화해정책을 추진할 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원칙의 헌법정신에서 어긋나는 것은 과감히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며 "북한 주민의 인권이 도회시되는 대북정책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은 경제분야에 국가의 조정과 규제를 최소화하는 자유시장경쟁원리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고, 분배와 복지 정책을 앞세워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외국 투자가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헌법 제126조에 따라 국가의 간섭이 최소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4> 이석연
이 변호사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헌법은 성장을 전제로 분배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선성장 후분배론'을 펴며 "분배를 강조하는 것은 정치인의 인기 영합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헌법에 합치하지 않고, 오히려 분배를 강조해 획일적 평등으로 인해 사회의 역동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제는 잘 나가는 계층이나 기업 등의 견인체를 통해 어려운 계층을 끌어 올리는 것"이라며 "잘 나가는 계층을 끌어내려 하향 평준화시키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현 정부의 개혁적 '성향'에 대해서도 "마치 개혁이 진보세력의 독점물인양 하는데, 개혁에 대해 새롭게 정의내려야 한다"며 "진정한 의미의 개혁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참여기회균등이 보장돼야 하나 현 정권은 '참여정부'라고 하나 참여가 가장 낮은 정권이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끝으로 "현재 헌법과 헌법재판소를 폄하하는 상황인데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되는 것인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의 지위와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고, 발상 자체가 '쿠데타'적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진5> 남주홍
***남주홍 교수 "6.15 공동선언은 황당한 문서"**
이어 연사로 나선 남주홍 경기대 정치대학원장은 "미국은 8.15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해방자.구원자이지,식민지 점령군이나 분단의 책임자가 아니다"라며 "군사적 맹방이고 정치적 우방이고 경제적으로 손발을 맞춰야 하는 미국과 협조가 없으면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정부의 북핵문제 인식에 대해 "최근 대통령께서 '조급하게 서두를 것 없다'고 말했는데, 그 시각 미국에서 부시와 케리 후보는 TV토론에서 절체절명의 안보현안이라면서 불꽃튀기게 토론하고 있었다"며 "북한의 핵 카드는 '남조선 인민을 인질 삼아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것임에도 정부는 너무 낙관적이다"고 주장했다.
<사진6> 청중
남 교수는 이어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하기 전에 한미정상회담이나 제대로 하라"며 "미국과 전략.정책 공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 센스와 야심으로 제한된 시간에 밀어부치면 '6.15 공동선언'과 같은 황당한 문서가 나온다"며 "회담 추진과정에서 5억$을 북한에 주다가 걸려 미국에서 '군자금 가져다 주는 마당에 주한미군이 최전선에서 지켜야 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미갈등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북한의 보복성 서해교전에서 장병들이 장렬히 전사하는데 금강산에서 닐리리하고 있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미국과 같이 정경(政經)연계 정책을 분명히 해, 김정일 정권의 비자금 챙겨주는 '달러박스'(Dollor Box)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야당에 대해 "기존 남북기본합의서도 제대로 거들떠도 보지 않으면서 무슨 법(남북교류법)을 만들어 상황을 악화 시키려고 그러느냐. 정신차려라"고 꾸짖는 한편,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북한 인권을 무시하면서 우리 국민의 인권을 위해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사진7> 홍진표
***홍진표 "여당 386은 김정일 체제 유지하려고 전전긍긍"**
이어 홍진표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정책실장이 연사로 나섰다. 사회자는 홍 실장에 대해 "386 주사파 출신으로 주체사상을 전파하다 전향한 애국청년"이라며 "한 때 주사파에 몸 담은 사람으로서 주사파 386의 이중적 실체를 증언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와 의회에 진출해 있는 '386'을 "김정일에 대해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전전긍긍'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김정일을 달래면 위협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핵 개발을 했고, 김정일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는데 과연 그랬느냐"며 "386은 어떻게든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려고 경호모델을 자처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홍 실장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진보는 '사회발전'이 아니라 '역사적 반동'"이라며 그 '결정적 증거'는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면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과 같은 극소수의 귀족노조를 지지하고 정작 소외계층을 대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교육평준화를 주장해 강남 8학군 학생들만 좋은 대학에 가게 하는 게 386이다"고 주장했다.
홍 실장은 이어 "대학생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여중생 사망 사건 촛불시위 이후의 대학생들에게 상당히 투자할만하다고 생각한다"며 "곧 있을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10여개 대학 이상에서 후보를 내고 곧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한국 좌파는 극성기를 지나 이미 쇠퇴하고 있다"며 "저희 젊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진8> 청중
이날 연사로 나선 임광규 변호사는 "제헌 국회 당시 좌익 국회의원들이 국보법을 만들지 말자고 주장했었다"며 "그나마 이승만 박사와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이만틈 안보가 튼튼해진 것"이라고 주장했고,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보수'라는 단어가 굴욕적으로 쓰이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보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이날 장축체육관 강연장은 말그대로 '극우보수들의 해방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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