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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낀 거라도 나는 좋아"

최근 '표절' 보는 눈 크게 달라져

1980년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던 조용필은 음료광고 CF에 사용된 자신의 곡 ‘청춘시대’가 잉위 맘스틴의‘FAR BEYOND THE SUN'의 표절이라는 의심을 받고 국민가수라는 명예가 손상된 일이 있었다. 또 90년대 중반 인기를 끈 댄스그룹 룰라는 재기곡 ‘천상유애’가 일본 노래의 무단 표절임이 밝혀져 방송금지곡 처분을 받은 일이 있다.

이러한 표절에 대한 가요팬들의 냉엄한 반응은 90년대 후반을 고비로 점차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일련의 표절곡 사건 이후에도 god, 신화, 조성모, 패닉, 서태지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수들은 표절곡을 만들거나 불렀다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고 있으나 거기에 따른 제제나 비난은 점차 더 적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1996년 법개정으로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사전심의가 사라지고, 샘플링 등 다양한 혼성모방 기법이 장르로 인식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법개정 이전에는 사전심의 과정에서 적발되면 방송금지를 당하거나 음반에서 곡 자체를 삭제 당하던 강제규정이 있어 조심하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개정 이후부터는 ‘표절당한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만 심의를 하게 된 규정을 악용, 외국곡에 대한 표절은 현실적으로 제재를 가할 길이 없어진 점을 일부 음반제작자가 악용하기 시작했다.

모작기술도 외국곡 가사를 번안만 하던 단순한 방법에서 더 교묘해졌는데 외국의 히트곡과 편곡 악기구성까지 전주부터 아주 흡사하게 진행되다가 4소절 끝부분에 조금씩 달라지는 특이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박자에 따라 4소절이나 8소절이 동일하면 표절’이라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소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 노래를 표절할 때 3소절까지 똑같이 전개를 하다가 4소절 끝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데, 최악의 경우 상대방이 고소를 하더라도 표절판정이 어렵도록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표절이나 모작들에 대한 대중들의 의식도 점차 엷어졌다는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표절을 일종의 절도행위나 부도적한 사기로 여기고 집요하게 항의 하거나 방송국의 ‘방송불가’ 판정 등을 받아내던 네티즌들이었다. 그러나 요즘 표절곡으로 의심받는 곡이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그전보다 네티즌들의 활동이 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부분적인 모작 등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감시와 비난이 느슨해졌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인터넷 음악사이트 게시판에 오른 주장들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표절의심이 있는 가요들에 대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거나 (표절에 대한)‘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글도 나오고 있고 원곡과 표절곡은 ‘종이 한 장의 차이 같은 것’으로 여긴다는 주장도 있다. '표절곡이라도 편곡 등이 원곡보다 좋고, 우리 정서에 부합하는 곡이면 별 상관이 없지 않느냐’는 식의 주장이 점차 늘고 있다.

표절 급증과 대중들의 이런 변화에 대해 음악평론가 이영미씨는 “현재의 표절가요 증가는 병적인 현상으로 결코 건전한 것이 아니며 이를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팬들의 책임도 크다”고 평했다.

이씨는 "가수 개인에 대한 삐뚤어진 애정이나 무관심으로 빠져들면서 표절에 대해 너그러워진 것이 표절이나 모작이 증가하는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씨는 외국에서도 표절은 판명이 힘들어 악용하는 사례가 있고 법정까지 가도 결론이 힘든 경우가 많지만 이런 모작이나 표절은 “기본적으로 남의 생각을 훔치는 도둑질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표절가요의 가장 큰 문제는 당장의 상업적 이익을 위한 이런 악습이 보편화되면 스스로 음악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줄어들다가 결국은 자체적인 창조가 불가능한 상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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