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저주, 우리 팀엔 예수님이 있는데".
보스턴 투수 브론슨 아로요의 T셔츠에 새겨져 있는 글귀가 효험을 발휘했다. 보스턴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에서 '예수님' 조니 데이먼의 맹활약에 힘입어 양키스를 10대3으로 따돌리고 월드시리즈에 안착했다. 1백년 미국프로야구사상 처음으로 3패를 한 뒤 기적 같은 4연승을 거둔 신기원을 창조한 셈이다.
***조니 데이먼 홈런 2발, 보스턴 승리안겨**
초반부터 연승행진을 하고 있는 보스턴의 기세는 거셌다. 보스턴은 1회초 조니 데이먼이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고 2루도루까지 성공시켰다. 라미레스의 좌전안타때 데이먼은 홈에서 아웃됐지만 '해결사' 오르티스가 우월 2점홈런을 쏘아올렸다.
2회초에도 보스턴은 2004년 스프링캠프부터 수염과 머리카락을 길러 '예수님'이라는 별명을 얻은 데이먼이 양키스의 바뀐투수 하비에르 바스케스로부터 만루홈런을 뽑아내 승기를 굳혔다.
보스턴 선발투수 데릭 로우의 공을 제대로 공략못하던 양키스는 3회말 데릭 지터의 적시타로 1점을 추격했지만 로드리게스와 쉐필드가 범타로 물러났다.
양키스의 반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양키스팬들의 기대는 보스턴 구세주 데이먼 앞에서 여지없이 깨졌다. 데이먼은 4회초 또다시 투런 아치를 그리며 팀의 8대1의 리드를 안겼다.
***데릭 로우 선발싸움서도 양키스 브라운 압도**
보스턴의 승리에는 데이먼의 홈런포와 함께 데릭 로우의 호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도 합류하지 못했던 보스턴의 데릭 로우는 경기초반 심적부담을 털어내고 6이닝동안 양키스타선을 1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며 보스턴의 승리를 견인했다. 7차전 최대승부열쇠인 선발투수 싸움에서 초반 부진으로 강판당한 양키스 케빈 브라운을 압도한 셈이다.
싱커를 잘 구사하는 로우는 1백98cm의 장신으로 1991년 '농구명문' 미시간대학 장학금입학이 가능했지만 메이저리그의 길을 택했다. 마무리투수로 맹활약하던 로우는 지난 2002년 선발로 전환해 투수에게 불리한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1965년이래 최초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바 있다.
보스턴은 7회말 2일밖에 휴식을 하지 못한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승리에 익숙한 양키스의 전통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마르티네스는 마쓰이와 버니윌리암스에게 연속 2루타를 맞아 1실점했고 케니 로프톤에게도 적시타를 허용했다. 3대8로 추격하자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5천여명의 홈팬들은 희망을 이어갔고 TV화면은 '베이브루스는 죽었지만 저주는 죽지 않았다'는 플래카드를 집중조명했다.
하지만 어렵게 양키스의 맹추격을 끊은 보스턴은 8회초 마크 벨혼의 솔로홈런으로 양키스팬들을 침묵시켰고 9회초엔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뽑아 승리를 지켜냈다.
***투혼의 보스턴, 월드시리즈서 1986년 아픔 씻을 수 있나**
지난 1986년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때는 6차전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지만 감독의 두 가지 용병술 실패로 뉴욕 메츠에게 패권을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보스턴의 맥나마라 감독은 6차전 3대2로 앞선 8회초 손에 물집이 잡힌 에이스 투수 로저 클레멘스 타석에서 대타를 기용하며 8회말 곧바로 메츠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승부에서 맥나마라 감독은 5대3의 리드를 잡았지만 10회말 고질적인 다리부상에 시달리던 빌 벅크너를 평소와는 달리 대수비요원으로 교체하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 빌 벅크너는 평범한 1루땅볼을 다리사이로 빠뜨렸고 메츠가 6대5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여세를 몰아 7차전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1918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겠다던 보스턴의 꿈을 앗아간 빌 벅크너의 실책은 '밤비노의 저주'라는 말을 대유행 시켰다.
18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보스턴은 세인트루이스와 휴스턴의 승자와 오는 23일(현지시간)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월드시리즈 1차전을 갖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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