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요즘은 옛날 독재정권을 돕거나 독재정권 편에 서서 인권 탄압과 독재에 방관하던 단체들도 거의 아무런 제약없이 그야말로 민주적 권리와 인권을 한껏 누리고 있다"며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위 등 보수단체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그 사람들 자유를 제한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노 대통령은 이날 도날드 쉬라이버 전 유니온 신학대학원총장(77) 등 해외 민주인사들과 접견다과회를 가진 자리에서 "정권을 맡은 사람의 처지에서는 그 사람들의 자유를 좀 제한했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국민에게 물어봤더니 괘씸하더라도 그런 자유를 허용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지만 역사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 자유와 인권을 위한 운동은 부당한 억압을 배제하는 것까지만 유효하고, 그동안 억울하게 당한 것을 보상받는 것까지는 그렇게 유효한 사상이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그것을 절제하고 수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의 모든 잘못을 같은 선상에 놓고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 진상 규명과 관련, "과거사라고 하니까 모든 사람의 과거를 들춰 모든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과거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 침해, 자유에 대한 침해, 또 권력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지 못했고 보상받을 기회를 갖기 못한 억압받은 사람들의 권력에 의한 부당한 침해를 밝혀 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과거의 잘못을 같은 선상에 놓고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보복은 않더라도 과거의 역사적 진실을 밝혀놓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자료가 되고 귀감이 되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아직 국가는 국가의 가치를 내세워 법을 만들고 그 법에 의해 국민의 행동과 자유를 규제하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요구하는 막강한 권능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국가의 도덕성과 신뢰를 확보할때 국가가 국민에게 규율을 강제하고 의무를 요구할 수 있다"고 과거사 진상 규명의 의의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억울한 사람의 명예, 신원에 대해 국가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국민 모두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면서 "이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 사이에는 갈등이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잊지도 않고 보복하지도 않는 게 중요"**
한편 도날드 쉬라이버 전 유니온 신학대학원총장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잊고자 하는 사람이 있고 과거의 잘못을 보복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잊지도 않고 보복하지도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맞는 말씀이다. 망각하지도 않고 보복하지도 않는 역사 정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런 노력이 성공하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이날 접견에는 박성모 뉴욕한인교회 목사 등 해외민주인사 18명 외에 함세웅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 내정자 등 민주화기념사업회 관계자, 청와대에선 김우식 비서실장,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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