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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전관예우 없애려면 변호사 개업 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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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전관예우 없애려면 변호사 개업 금지해야"

강력한 자아비판, '전관예우 폐단' 나날이 심해져

현직 부장판사가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개선책으로 법관의 퇴임후 변호사 개업을 원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도높은 자성의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관예우'를 비판한 전례는 있으나, '변호사 개업 원천봉쇄'까지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관예우의 폐단이 얼마나 큰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부장판사 '전관예우' 신랄하게 비판**

서울중앙지법 박찬(49)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부장판사제 폐지 등을 건의함'이라는 글을 통해 "우리나라 형사사건에서는 의뢰인들이 온갖 연줄과 거액을 들여 변호사비를 주고 담당검사·판사와 연고가 있는 학교 선후배,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선임한 뒤 적법한 변론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강요해 담당검사나 판사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관예우로 인한 재판부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부장판사는 또 "고위 판.검사들이 변호사 개업 뒤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전화로 후배검사에게 변론을 해 유리한 결정을 받아내거나 후배 법관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면서까지 관대한 형을 이끌어 내는 행태가 있다"고 폭로하며 "이때문에 법조 불신의 큰 원인으로 작용해 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전관예우'에 대해 "엄정해야 할 법조인으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만 유지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양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뒤, 해결책으로 "검사나 변호사, 교수 중에 판사를 임관하는 법조 일원화가 하루빨리 이뤄지고,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관예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아예 변호사 개업을 금지시키자는 것이다.

***참여연대 "판.검사 대부분 퇴임지역에서 변호사 개업"**

이같은 박 부장판사의 극단적 대안 제시는 전관예우 폐단을 줄이겠다는 법조계의 여러 차례 공약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의 폐단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법관 3백19명 중 3백5명이 변호사 개업을 했고, 이들 전원이 자신의 최종 퇴임지에서 변호사를 개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대법관급 9명 중 8명(88.9%), 고법원장급 17명 중 16명(94.1%), 지법원장급 11명 중 8명(73%), 고법 부장판사급 16명 중 13명(81%), 지법 부장판사급은 퇴직 법관 전원이 개업했으며, 판사급 1백15명 중 1백49명(96%) 등 3백5명(95.6%)이 개업했다.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은 14명의 경우 조무제 전 대법관을 제외하면 헌법재판관 5명, 헌법재판소 연구관 2명, 검사 1명 등 대부분 유사직역으로 이동했다. 전관예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조 전 대법관은 변호사를 개업하지 않고 학계에 투신해 오히려 주위로부터 청렴성을 칭송을 받은 바 있다.

검사의 경우에도 조사기간 중 퇴임한 검사 2백54명 중 2백36명이 변호사를 개업했으며, 총장급과 차장검사급은 100%, 고검장급 17명 중 13명(76.5%), 검사장급 17명 중 16명(94.1%), 부장검사급 84명 중 79명(94%), 검사급 1백24명 중 1백16명(93.6%) 등 퇴직 검사 254명 중 236명(92.9%)이 개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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