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범 유영철(35)씨가 법정에서 "앞으로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며 피고인석에서 뛰어올라 재판장석에 달려드는 등 법정에서 난동을 부렸다. 다행히 대기하고 있던 10여명의 경찰과 교도관들에 의해 제지됐으나 자칫 재판장이 봉변을 당하는 큰 불상사가 일어날 뻔한 순간이었다.
***유영철, "앞으로 재판 안 나오겠다" 법정에서 난동**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황창현 재판장)의 심리로 21일 열린 두번째 공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신문과 증거조사가 끝난 뒤 재판장은 "다음 기일은 10월 5일 오후 2시로 하겠다"고 피고인에게 통보했다. 그러자 유영철은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범행까지 모두 재판에서 자백했지 않느냐"며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 경찰.검찰의 수사력이 이것밖에 안되는 것이 우습고 재판부도 신뢰하지 않는다. (재판에) 안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판부 입장에서는 오늘 피고인이 (새로운) 자백을 한 것은 잘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지연되는 대로 재판을 진행해야 하고 법률적으로 피고인은 재판에 참석하게 돼 있다. 잘 생각해보라"고 피고인의 다음 재판 출석을 권유했다.
그러나 이에 유영철은 갑자기 "나오고 싶지 않다는데"라고 큰 목소리로 버럭 화를 내며 "생각해보는 게 아니라 안 나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순식간에 피고인석을 밟고 뛰어 올라 재판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피고인석 뒤에 대기하고 있던 10여명들이 유영철을 덮쳤고 유영철은 재판장석 바로 앞에서 경찰과 교도관들에 의해 제지 당해 피고인 대기실로 끌려 나갔다.
***유영철, "이문동 사건은 경찰이 회유해 허위 자백했다"**
이에 앞서 변호인의 반대신문으로 진행된 두번째 공판에서 유영철은 "이문동 (살인)사건은 경찰의 회유에 의해 허위자백해 조작된 것"이라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영철은 "경찰 고위관계자가 '아들을 제3의 기관을 통해 대학교육까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는 어차피 죽으니까 허위로 진술한 것이다"고 말했다.
유영철은 "경찰 수사관이 이문동 사건의 범행 시간과 시체가 누워있는 자세 등 수사기록을 자세히 보여줬고, 이문동 사건에 대해 처음에 '등을 찔렀다'고 말했다 번복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것도 나와 무관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유영철 "임신 4개월된 임산부 포함 31명 죽였다"**
유영철은 또한 신문과정에서 "이문동 사건을 빼고 실제로 죽인 사람은 31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영철은 "숨기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숨길 수밖에 없었다"며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 중에는) 임신 4개월째인 임산부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유영철은 그러나 "'조건만남', '출장안마사', '이발소에 다니는 여성' 등 윤락 여성을 제외하고는 갈취를 하거나 살해를 한 적이 없다"며 "검거된 날에도 2명의 여성을 돌려 보냈는데, 키가 크거나 뚱뚱하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돌려보낸 여성이 4~5명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영철은 이밖에 "서울시내 연쇄 방화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방화 동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언론이나 사람들은 내가 사람 죽인 거에만 관심있는데, 정작 내가 왜 죽였는가에는 관심이 없다"며 "응어리 진 것을 풀기 위해 서울시내 방화는 내가 한 것으로, 닥치는 대로 응어리를 푼 것이지 살인에 미쳐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유영철은 또한 사체의 장기 훼손과 관련 "소설 <한니발>을 보고 호기심에 먹어보고 싶었다. 죽이기 전에 혈액형을 묻기도 했다"며 "몇몇 피해자에 대해 숨긴 것처럼 숨기고 싶었으나, 국과수에서 '일부 사체에 간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추궁하는 바람에 자백했다"고 시인했다. 소설 <한니발>은 <양들의 침묵>의 속편으로, 인육을 먹는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다룬 미국 소설책이다.
***유영철, "경찰, 검찰 무능하다"**
유영철은 경찰과 검찰에서 받은 수사에 대해서도 "대부분 내가 자백해서 수사가 이뤄졌을 뿐 경찰과 검찰이 밝혀낸 것은 거의 없다"며 "검찰에서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시계로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수사관들은 내가 차고 있던 시계가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내가 말해주고서야 알았다"고 수사진을 비웃기도 했다.
유영철은 또한 언론에 공개된 '참회의 편지'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보고 편지를 썼으나 검찰이 수사기록에만 철해 두고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참회'의 뜻이라고 볼 수 없어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유영철은 이날 '이문동 사건 허위 자백' 주장과 '31명 살해' 주장 등 첫번째 공판과 다른 진술을 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까지 모든 것을 밝히고 재판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진술했다.
유영철은 이날 공판에서도 검정색 셔츠차림으로 출석했으며 지난 첫 재판 출석을 위한 호송도중 자신의 모습이 촬영돼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영철은 이번 사태로 인해 다음 공판에서는 포승줄에 묶여 출석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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