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위가 여야의 '동료의원 감싸기'에 가로막혀 한나라당 김태환,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에 대한 '징계' 대신 '솜방망이' 조치에 불과한 윤리심사요구서를 제출해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21일 "차라리 윤리특위가 없는 편이 낫다"고 개탄했다.
***"국회가 과연 민의의 전당이냐" **
민주노동당은 이날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상시적으로 국회의원의 윤리위반 실태를 조사토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윤리특위 자체가 기본 윤리를 지키지 못한 채 범죄자의 동료감싸기와 동일한 작태를 보인다면 윤리특위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 부대표는 특히 "민주노동당은 만취한 채 골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폭행을 휘두른 국회의원과 거액의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으나 당사자 격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양당 간사간 밀실 합의를 통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윤리심사 회부로 전격 처리했다"며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징계안의 경우 심사를 거쳐 경고, 사과, 출석정지, 제명 등 해당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가능하나 양당이 합의한 윤리심사의 경우는 위반 사실에 대한 통보만으로 모든 것이 종결돼 사실상 징계 효력이 전무하다.
심 부대표는 "국회의원의 신분을 망각한 범죄적 행위에 대해 국회가 이를 징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국회가 과연 민의의 전당이며 입법기과능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리특위위원장의 사과와 윤리특위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 윤리특위, 13년간 징계 결정 '전무'**
윤리특위 김원웅 위원장도 이날 "특위 위원들이 소속된 당의 입장에 매몰돼 국회 윤리특위의 생명인 공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각 당은 윤리특위 위원들을 당론의 족쇄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소속 당에 의해 의견이 완전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며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각당 대표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윤리특위가 국회 상설기구로 설립된 91년부터 접수된 징계 요구안이 총 60건, 이 중 10건은 심의해 부결됐고, 3건은 징계안을 제출한 당사자가 요구안을 철회했고, 3건은 심의 이전에 해당 의원이 의원직을 사직했다. 그리고 나머지 44건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심의를 못받아 자동 폐기돼 결국 국회 윤리특위는 13년간 단 한 번도 징계를 내리지 못한 '식물 위원회'로 전락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국회가 자율권을 스스로 포기하며 동료의원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외부에서 '국회의원 만으로 구성된 윤리특위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공청회를 통해 윤리-징계 심사를 강화하고 윤리특위 전반에 대폭적인 수술을 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중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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