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국가보안법 명칭 폐지 가능'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당혹해 하는 반면,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대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국보법 이름 바꾸고 정부참칭 없앨 수도"**
박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이어 20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도 국보법에 대한 유연성을 보였다.
박 대표는 "국보법에 있어서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가 있는데, 물론 '국가안보법'이라든지 글자 한두 자 고칠 수 있다"면서 "국보법의 중요한 내용들이 꼭 다 담긴다면 글자 한두 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해, 국보법의 명칭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 대표는 각론으로 들어가서도 "(국보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참칭 조항'은 당 안에서도 이런저런 얘기가 있는데, 얼마든지 정부 여당과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당에서 중지를 모아야겠지만 체제를 지키는 데 지장이 없다면 국보법 2조의 '정부 참칭' 조항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체제를 지키는 데 지장이 있다면 이 조항을 없앨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고쳐서 개정하자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도 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도 "이렇게 여야간에 논의해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정을 하자는 게 한나라당의 대체적인 입장"이라며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바람에 여야간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끝까지 여당이 폐지를 밀어붙인다면 "예전 같으면 장외투쟁할 일이 많았지만 그런 정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장치인 국보법까지 위협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당 지도부 대환영, "우리 입장과 큰 틀에서 같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이라고 대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회의에서 "명칭을 바꾸고 참칭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안보공백을 보완하자는 우리당 입장과 큰 틀은 같다고 본다"며 "여야간 토론을 통해 국보법 문제도 이제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이 국민들을 불안케 했던 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당이 내놓은 대안적 국보법 폐지와 박 대표가 말한 방향이 비슷해 여야간의 접근을 기대케 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당당히 서기 위해서는 인권침해적인 이 법을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행보를 주목하며 열린우리당은 토론을 통해 발전적 안을 내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원내부대표 역시 "박 대표가 국보법 명칭을 포기할 수 있고 정부 참칭을 없앨 수 있다고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만시지탄인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보법 문제로 혼란을 조장해 왔지만 큰 틀을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외투장까지 언급하던 박 대표가 이같은 입장을 밝힘으로써 국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나라 지도부, '당혹'**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 반응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박물관에 보내야 할 악법이라면 대체입법을 왜 하나. (대체입법은)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국보법 개폐 논란을 불붙인 노무현대통령을 재차 비판하면서도, "문제 있는 조항에 대해 야당과도 협의해서 여야 공동 합의안을 제정하는 것이 옳다. 우리는 국보법 개정과 관련해 전향적으로 임하겠다"고 우회적으로 박대표를 지원했다.
그러나 김영선 최고위원은 "'정부 참칭' 죄가 없다면 국보법이 존속할 필요가 없다"며 "참칭 조항을 없애면 대한민국 영토내 정당성 주장하는 두개의 국가가 있게 되고, 조세나, 병역에 있어서 국민이 선택권을 갖는다던지 할 수 있어 대한민국 정당성이 크게 위협을 받는다"고 박대표 발언을 강력반박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대체입법과 국보법의 개명은 다르다"며 "대체입법은 완전 폐지 뒤 그 공백을 메꾸려는 것이고 개명을 한다는 것은 근본을 그냥 두고 바꾸는 것으로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다"며, 박대표 발언을 지지하면서도 열린우리당과는 일정 부분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대표 발언에 대해 영남 보수중진의원들은 강력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대표 제안이 과연 한나라당 당론으로 수렴될 수 있을지는 아직 좀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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