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량강도 폭발 사건이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나자 여당은 "언론의 과잉보도 때문", 야당은 "정부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라는 등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언론보도 부추겨"**
1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부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라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공격했다.언론계 출신인 박성범 의원은 "물론 언론도 오보를 낼 수는 있지만, 잘못된 정보에 의한 잘못된 보도도 있다"며 "대개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잘못된 보도를 한 것"이라고 정 장관을 겨냥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서 핵폭발 의혹을 가진 것을 외신도 인용하고 내신도 인용하고, 탈북자도 인용했다"며 "이 때 정부가 신속히 파악해서 정확히 대응해주면 이런 식의 잘못된 보도가 꼬리를 물고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의혹을 차단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에 확실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병국 의원은 "지금까지도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말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정 장관이 전날 '수력발전 이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지적하며 "언론이 추측기사를 계속 내보낸 것은 결국 정부가 잘못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성권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결국 해프닝인데, 언론이 부풀려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발언했다"면서 "이는 문제의 본질과 현상을 거꾸로 해석한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랄 수 있는데, 왜 솥뚜껑보고 놀랐다는 사람을 다그치느냐"고 여당 의원들을 비판하며 언론을 옹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동안 ‘핵 실험 의혹’을 사실상 부추겨 왔다는 점에서 이날 의원들의 ‘정부 탓’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동안 국회 상임위에서 "용천 열차 폭발 당시 북한이 이틀 만에 사고 경위를 국제사회에 공개했으나 이번에는 나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이 같은 침묵은 이번 사고가 단순 사고라기보다는 의도적인 행위에 따른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해왔다.
***우리, "언론들, 아무 관계없는 구름과 지진파를 대형 보도해"**
한편 열린우리당은 일부 보수 언론이 중점적으로 핵 실험 의혹을 제기한 점을 문제 삼으며 "언론이 의혹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의원은 핵실험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한 신문을 펼쳐 보이며 "정동영 장관이 12일 언론브리핑에서 '외신이 제기하는 핵실험 가능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신문들은 아무 관계없는 지진파와 구름형태를 큰 연관이 있는 것처럼 대형으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의원은 "일부 언론이 안보전선에 이상이 있는 것처럼, 정보파악 형편없는 것으로 몰고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지 않나"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유력보도의 근거로 드는 서방언론, 중국언론도 항상 진실에 가깝게 보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드러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최성 의원도 "12일 연합뉴스에 베이징 발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이라면서 북한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이라는 모호한 소스로 '9일 김형직군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었는데, 그날은 공교롭게도 건국기념일이다'라는 여러 위험스런 추론이 가능한 정보가 나왔다"며 "이 정보 내용은 근거와 신빙성이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의혹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발언은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였던 정부를 감싸기 위한 것으로 비쳐졌다.
***정동영 장관, "최초 포착된 '특이형태 구름은 자연구름일 가능성"**
정동영 장관이 14일 통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폭파라고 한데 대해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의혹을 증폭시킨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16일 "최초 포착된 '특이한 형태의 구름'은 현지 지형과 당시 기상상황으로 보아 자연구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일단 판단하고 있고, 다만 인근 지역에서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파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확인 중"이라며 "량강도 폭발설이 안보와 직접 관련된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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