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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결국 사람에 달렸다”

‘옷로비’ 특검 최병모 변호사의 조언

“뭐 수사나 했나요?” 지난 1999년 ‘옷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를 맡았던 최병모 변호사는 기자와의 첫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수사에 대해 뭔가 물으려 하자 대뜸 터져 나온 대답이었다.

이용호 G&G그룹 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 특별검사제를 도입키로 여야가 합의하고, ‘특검제 협상 6인 소위’가 구성되었다. 특별검사의 임명절차, 특검의 권한, 수사범위, 수사기간, 인력과 예산 등 ‘어떤 특별검사제를 만드느냐’는 논란이 99년에 이어 또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특별검사를 맡아 수사를 진행했던 경험은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료이다. 그래서 최병모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인데, 첫 반응으로 “뭐 수사나 했나요?”가 터져 나온 것이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안한다’며 거절했지만, 그저 얘기나 좀 듣겠다며 약속을 잡고 달려 갔다. 99년 당시의 특별검사법이 부실하기에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답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런저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 외로 최병모 변호사의 결론은 “결국 사람에 달렸다”는 것이었다. 제도는 부차적 문제일 수 있다. 누가 특별검사가 되는지, 그 특별검사가 얼마나 훌륭한 수사팀을 조직해 내는지, 특검보와 특별수사관 등 (당시의 특검법상) 40여명에 달하는 팀의 인화단결을 얼마나 잘 이끌어 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사는 특검의 의지와 성향에 좌우된다”**

심지어 현재 여야간 쟁점이 되고 있는 특별검사 임명절차 문제, 즉 선출권을 변협이 갖느냐 국회가 갖느냐의 문제에 대해서 조차 “어떤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절차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특별검사가 선출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수사는 특검이 어떤 의지와 성향을 갖고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의 스타검사 경우를 봐라, 수사가 잘 안되니까 엉뚱하게 성추문수사로만 엄청난 돈을 쓰지 않았느냐? 외압이나 정치적 목적에 흔들리지 않고 의혹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사능력도 중요치 않다”고 했다. 그래도 검사 경력을 갖고 있는 변호사가 더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검찰 관련 사건이나 검찰이 이미 한번 수사를 한 사건의 경우에는 검사 출신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은 변호사 하면서 형사사건을 많이 맡지 않아 검찰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도 특검에 임명되자 수사방향이나 특검보 임명 등의 과정에서 검찰 측으로부터 로비가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라면 아무래도 그 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특검은 사실상 수사를 직접 담당할 수 없다고 했다. “급조된 40여명의 팀을 수개월간 이끌어야 한다. 그 사람들 봉급도 줘야 하고, 심지어 집기 관리까지 일종의 경영자가 되는 셈이다. 또 매일 기자들에게 시달려야 하는데 어느 겨를에 수사를 직접 하느냐”며 반문했다. 기자와의 첫 번째 전화통화에서 했던 말, “뭐 수사나 했나요”는 바로 이 얘기였다.

그러니까 사건의 실체를 밝혀 국민의 의혹을 풀겠다는 확고한 의지, 주변의 로비나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성향을 가진 특별검사가 수사베테랑들로 팀을 잘 조직하고, 수개월간 내부 불협화음 없이 이끌어 갈 수 있느냐의 여부가 특검제의 성공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사기간과 수사인력 및 예산문제에 대해서도 “모두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고 말했다. “옷로비 사건의 경우 2개월이 주어졌는데 아주 타이트하게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기간은 더 필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간, 인력, 예산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수사인력과 예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만약 특검법이 상설화된다면 ‘특검보는 5인 이내로 둘 수 있다’는 정도로 규정해 두고, 사건에 따라 적절한 숫자를 정해서 거기 따라 예산도 배정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에 대한 자료요청권 문제에 대해서는 “특검에게는 검사로서의 모든 권한이 부여된다. ‘옷로비’ 수사 때도 계좌추적, 통화내역 조회, 압수수색 등 요구대로 다 이뤄졌다. 검찰에 대해 필요하면 자료요청 하면 되고, 만약 자료요청을 거부하면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특별검사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법조문에 검찰 및 수사기관의 협력의무 조항, 거부시 처벌 조항을 새로 신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만약 그런 조항을 만들어도 사실상 실효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벌을 한다면 처벌의 주체도 역시 검찰일텐데 무슨 처벌이 가능하겠는냐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공소제기권과 기소유지권은 “그 당시도 주어졌었고, 당연히 그건 주어져야 한다”고 간단히 언급했다.

다만 제도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면 수사범위 제한을 꼽았다. 수사범위를 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된 사건’으로만 규정해 두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옷로비’ 수사 역시 더 넓게 수사할 수 있었더라면 ‘옷’ 문제가 아닌 추가 로비 여부등 다른 요소도 찾아낼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접’이란 말을 빼고, 그냥 ‘관련된 사건’ 정도로 규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범위 확대는 필요**

수사상황의 언론유포 금지 문제는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내가 당시 언론을 적절히 활용해서 수사성과를 올렸다고들 하는데, 사실은 언론의 요구 때문에 할 수 없이 일부 내용을 얘기한 것이 결과적으로 수사에 도움을 준 것”이라며 “사실 ‘옷로비’ 수사 때는 언론과 여론에 의해 떠밀리다시피 수사 방향을 찾아갔고, 여러 의혹이 보도되자 해당 당사자들이 자료를 들고 제발로 찾아와 수사가 편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미 검찰도 수사 진행상황을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하고 있는데, 특별검사 역시 검찰이 하는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만 적용하면 되지 특검법에 별도로 언론유포금지 조항을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지금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특검제법안의 내용에 대해 묻고는 결론 삼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제대로 된 특검제를 실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에 달렸다”는 대답이 다시 되풀이되었다. 제도적으론 “수사범위를 다소 폭넓게 허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나머지 문제들은 그저 상식선에서 수사대상 사건의 성격에 맞게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특검 경험자 최병모 변호사의 조언에 따르자면 ‘어떤 특검제법안을 만드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이번 특검 적임자는 과연 누구냐’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할 것 같다.

국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검찰에서도 이번 특검법 제정에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누굴 특검으로 임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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