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고발하는 임무를 지닌 언론은 과연 얼마나 깨끗할까. 27일 오전 10시 반부패국민연대 주최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언론과 반부패’ 토론회에서는 언론 내부의 각종 비리가 전직 언론 종사자의 내부 고발 형식으로 폭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 한국일보 기자이며 ‘보도지침’ 고발자인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김하범 전 온누리신문 편집국장, 민경중 기독교방송 노조위원장 등 전현직 언론인들이 참석, 언론사 내부 비리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발제를 맡은 김주언씨는 “언론이 부패를 고발하지만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요즘은 여행, 골프접대 등으로 변형된 교묘한 비리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의 가장 큰 비리 유형으로는 기자가 취재 중 수집한 정보를 이용하여 부장에서 회장에 이르기까지 언론사 간부들이 땅이나 주식투기를 하는 경우라고 밝혔다.
김씨는 '폭포수에서 튄 물 한 방울’이라는 말로 비리를 합리화하거나 변명하지만 이는 비리불감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중씨는 수습기자시절부터 베이징(北京) 특파원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경험한 뇌물과 향응을 사례별로 설명했다. 1987년 민씨 등 수습 기자 10명은 각 교회의 성탄 풍경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취재를 마치고 목사님이 교계의 관행이라며 촌지 봉투를 기자들에게 나누어줬다. 민씨는 “봉투가 걸레처럼 되도록 사양하다가 받았다”며 “동기 10명이 3만원씩 받아왔으나 회의를 거쳐 불우이웃성금을 냈다”고 말했다.
민씨는 또 보도 대상이 광고주라는 이유로 주요 기사가 보도되지 못할 뻔한 사례를 밝혔다. 광주 CBS의 한 기자는 1년전 수주 자격이 없는 한 건설회사가 서류를 조작해 월드컵경기장 공사를 따낸 사실을 밝혀냈으나 해당 기업이 광고주라는 이유로 이를 보도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
이 기자는 이 문제를 6개월간 취재한 끝에 이를 기사화 하려 했으나 작은 지방방송국에 문제의 기업(금호건설)이 500만원짜리 광고를 제공하는 광고주라는 이유로 보도국장, 본부장, 전무, 사장까지 압력을 넣어서 1주일간 보도가 안됐다. 이 기사는 본사 노조의 개입으로 1주일 후 조그마하게 보도됐으나 해당 기자는 향토기업에 심하게 대했다는 이유로 동료 기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김하범씨는 언론은 시장논리와 자본의 힘보다는 공공성과 시민의 힘으로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언론 비리가 만연되면 미국에서 경찰이 구속 전에 범인 앞에서 읽어주는 미란다 원칙처럼 기자가 취재원 앞에서 미리 양심선언을 하고 취재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심종원(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씨는 부패를 다스리는 정보와 네트워크를 언론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론비리는 적발하기가 힘들고 감시와 견제 밖에 길이 없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김주언씨는“언론 부패방지를 위한 개별적 운동이나 고발 센터, 그리고 촌지 반납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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