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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한미군, 노후 송유관 한국정부에 떠넘겨"

최재천 의원, "천문학적 보상 비용 우리 정부 떠 안은 셈"

30여년 전 주한미군이 설치한 한국종단송유관(TKP)과 관련 소유관 매설지역 보상 및 일부 구간의 환경오염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주한미군이 지난 92년 송유관을 한국 정부에 넘긴 후 최근 이전각서 작성까지의 과정에서 사실상 환경오염 및 토지 보상에 대해 미군측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정부의 막대한 부담이 예상된다.

***“주한미군 건설 송유관 노후 뒤 한국 정부에 떠넘기기”**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20일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이 지난 9일 체결한 ‘남북 종단 송유관 이전각서’에 대해 “미군이 70년대 건설해 30여년간 사용한 노후된 송유관을 우리 정부가 지난 92년 환경오염 실태 조사 없이 넘겨받았고, 이후 이전각서 체결시에도 국회의 동의 없이 협상을 마무리 졌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환경복구 비용과 송유관 부지 보상비용 등 수조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을 우리 정부가 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송유관을 둘러싼 문제의 배경과 예상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주한미군은 지난 70년부터 미국 정부 자체예산을 들여 한국 정부로부터 토지를 공여 받아 포항에서 의정부까지 452km구간에 송유관을 설치했고, 30년 동안 월 평균 1백만배럴 이상의 주한미군의 유류수송을 전담해왔다. 한국 최초의 송유관이었다.

이후 상수원인 한강을 관통하는 강남-의정부 구간(46km)을 지난 1993년 폐쇄, 현재 포항-강남 구간 405km에서 주한미군과 민간정유업체의 유류를 월평균 1백4만배럴(약 80만드럼) 가량 수송하고 있다. 현재 송유관의 소유권은 주한미군이 1992년 3월 국방부에 이양키로 합의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넘겨받아 1999년 10월부터 대한송유관공사(DOPCO)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대한송유관 공사는 국내 유일의 송유관 건설.운영 회사로 지난 90년 정부와 정유5사, 항공2사가 공동으로 설립해 2001년 민영화된 기업으로, 한국종단송유관(TKP) 관리 외에도 여수와 울산에서 서울 남부 성남까지 이어지는 900km에 이르는 남북종단송유관(SNP)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안양시 기름유출 사건 등 환경오염 문제 심각**

그러나 2000년부터 TKP가 매설된 일부 지역에서 유류누출사고가 발생하는 등 환경오염과 안전성 문제 등이 잦아지자 2002년 2월26일 우리 정부와 주한미군은 452km 중 350km를 폐쇄하는 대신 송유능력과 안전성이 우수한 정부의 남북송유관(SNP)으로 전환키로 한.미간 기술협약을 통해 합의 했다. TKP와 SNP의 연결공사를 당초 2002년 9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연결 공사가 완료되지 않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과 정부가 TKP를 폐쇄하기로 했지만 기술적.군사적인 이유로 안양-평택(66km) 구간 및 왜관-대구비행장(28km) 구간을 유지키로 했는데, 유류누출로 인한 환경오염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TKP 안양시 구간 관양동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230m지점에서는 지난 2001년 9월부터 2년여 동안 휘발성 기름이 유출됐고, 지난 4월에는 인근 관양동 레미콘 공장의 지하수가 기름에 오염되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 작업인부 2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안양-평택, 왜관-대구비행장 구간은 SNP 시설이 없어서 TKP 계속 사용키로 한 것”이라며 “대한송유관공사 검토 결과 경제적, 환경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해 유류누출로 인한 환경오염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단체측의 주장과 엇갈리고 있다.

***송유관 매설 사유지 보상 문제**

또 예상되는 큰 논란은 송유관 부지 보상 문제다. 정부에서 미군측에 송유관 부지를 공여하던 당시 사유지가 포함돼 있었다. 정부가 사유지를 무단 점거해 미군에게 양도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유지에 대해 정부가 소유주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정부는 막대한 보상비용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

경주 안강읍 일대의 1만여㎡를 소유하고 있는 P사가 70년 건설된 송유관으로 인해 공장 등 건물 신.증축을 제대로 못해 손해를 봤다며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02년 “국가는 원고 소유의 부지에 설치된 송유관을 철거하고, 최근 5년간의 부당이득금 9천8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시작일 뿐, 송유관 철거 작업 중에 토양 오염이 밝혀질 경우 정부의 피해보상은 천문학적 액수로 늘어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미군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미 정부는 92년 TKP 송유관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관리를 해왔고 미군과 공동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개정되기 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주한미군 시설에서의 환경 파괴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

***최재천 의원 “집을 맞바꾸는 데 상대방 집 상태 확인도 안하고 바꾼 꼴”**

이에 최재천 의원은 “공동 사용을 했다면 정확한 사용 통계 및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며 “이전 협상 당시 오염 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부터 하고 협상을 했어야 하는데, 정부는 그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외국과의 조약 체결시 국민의 부담이 예상될 때는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용산기지 이전 등 주한미군과의 조약이 비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실무선의 합의각서로 처리하고 있어 모두 위헌”이라며 “정부가 실태조사부터 명확히 한 뒤 주한미군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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