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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안풍 돈은 YS돈" 판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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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법원, "안풍 돈은 YS돈" 판결 파문

항소심 강삼재-김기섭 무죄, 한나라당 박수 치며 대환호

'안풍(安風)' 사건 관련 법원이 강삼재 전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 96년 총선에 사용된 '안풍 자금'이 사실상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급된 것임을 인정함으로써 일파만파의 정치 후폭풍을 예고했다.

***'안풍' 항소심 무죄 선고 "'안풍자금' YS 비자금 가능성 높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노영보 재판장)는 5일 '안풍'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안기부가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했다"는 강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상당한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상 강 피고인이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청와대에서 수시로 김 전 대통령을 독대하고 96년 1월 4백억원이 안기부 관리계좌에서 출금돼 강 피고인이 관리하던 회사 계좌에 입금됐는데 그 사이 강 피고인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지난 93년초 6백16억원이었던 안기부 불용액이 그해 말 1천9백9억원으로 무려 1천2백93억원이 증가했는데 안기부 1년 예산(5천억원 가량)의 22%에 달하는 돈이 연말에 불용액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적을 뿐 아니라 불용액과 이자수입 등이 섞여 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그정도의 거액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오히려 강씨의 진술을 받아들일 경우에만 여러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명쾌하게 풀릴 뿐 아니라,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YS가 계속 법정출두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강삼재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해석했다. 요컨대 YS에게서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금을 직접 받았다는 강씨의 진술대로라면 인출된 국고수표가 최대 11개월 뒤에 강씨를 통해 신한국당 계좌에 입금된 이유가 설명되고, 강씨에게라면 YS가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고도 쉽게 거액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김기섭 주장은 YS보호 위한 거짓말로 판단돼"**

재판부는 또 괴자금은 안기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김기섭 피고에 대해서는 "김기섭 피고인이 강삼재 피고인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것은 강 피고인이 김영삼 전 대통령 관련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더 이상 강 피고인을 옹호하는 경우 자칫 자신이 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김 전 대통령의 이 사건 자금 관련 사실이 모두 밝혀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이 자금이 안기부 예산이라고 한다면 피고인 김기섭의 안기부 예산 횡령에 해당하는데, 검찰은 횡령 이후의 단계인 국고손실 혐의로 강삼재 피고인과 김기섭 피고인을 공범기소한 상태여서 처벌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강 전 의원이 지난 96년 안풍자금의 돈세탁 대가로 주모 경남종금 전서울지점장에게 1억4천여만원을 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YS비자금' 밝혀지나**

강 전 의원과 김 전 차장은 지난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과 민자당에 안기부 예산 1천1백97여억원을 전용해 총선자금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8백56억원이 안기부 자금이라고 인정돼 각각 징역4년과 5년을 선고 받았었다.

그러나 강 전 의원은 지난 1월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이라고 폭로하고 법정에서 진술했으며, 법원이 결국 "안기부 예산이 아니다"고 결론 낸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총선 자금의 출처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강 전 의원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면 'YS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강 전 의원에게 건내진 돈이 안기부 관리 계좌에서 출금된 것이 확실하다"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법원의 이번 판결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대환영**

이번 판결에 대한 여야 반응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으로서는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거액의 추징금과 국가가 낸 9백40억원의 국고환수 소송에 대한 부담까지 한꺼번에 털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안풍' 사건이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기존의 주장에도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는 게 한나라당 판단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 도중 김형오 사무총장이 안풍사건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 사실을 알리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박근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풍사건으로 인해 한나라당은 이미지에 큰 손실을 봤고, 강 전 의원도 큰 고생을 했다"며 "무죄 판결이 나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안풍'사건은 한나라당을 겨냥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진실이 밝혀져 환영하며 강 전 의원의 고통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3년전부터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안기부 계좌를 빌린 자금 세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야 사실로 입증됐다"며 "지난 3년간 정권 재창출 목적으로 일으킨 총풍, 병풍, 안풍 사건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정권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근 의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담당 검사 및 검찰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검찰은 강 의원이 받은 자금 가운데서 일부 외부에서 유입된 자금이 섞여 있다면 무슨 성격의 돈인지, 누가 관리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적잖이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자칫 한나라당의 반격에 휘말리면서 정국 주도권을 잃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결국 공은 YS에게 넘어간 셈이나, YS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사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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