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4일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된 정부의 은폐 의혹 등에 대해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고(故)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된 몇가지 의문스런 정황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감사원의 심도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노 대통령은 이같은 논의결과를 수용, 감사원에 외교부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청와대가 현재 이번 사건을 얼마나 긴장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하겠다.
윤 대변인은 특히 AP 보도 진위 여부와 관련, "외국 언론사와의 진실 논란은 세계 각국과의 외교 및 통상교섭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처로서의 공식적인 신뢰성에 중대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25일 즉각 조사팀을 꾸려, 관련 자료 검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AP 사건, 정부부처 공신력에 중대한 사안"**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한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AP가 입수한 비디오 테이프에 근거해 외교부에 확인 취재를 했는지, 다른 하나는 김선일씨 피랍 이후 피살에 이르기까지 현지 대사관 등 외교부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윤 대변인은 AP 보도를 둘러싼 외교부와의 공방에 대해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내외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중립적으로 파악할 제3의 기관이 파악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가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으려는 취지"라고 조사를 요청한 이유를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랍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이 확인되는 과정에서의 혼란과 함께 소속회사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구출협상의 진행과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파악"을 또 다른 주요 조사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김씨가 피랍된 것을 현지 공관이 20일이 넘게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이유,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피랍 사실을 대사관에 알리지 않고 독자 협상을 시도한 까닭, 김 사장이 대사관을 4차례나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랍을 언급하지 않았는지 등 의혹에 대해 조사될 전망이다.
윤 대변인은 "이런 과정에서 현지 공관의 실질적 역할 수행 여부를 판단해서 향후 재외공관의 교민보호 책무 수행과 현지국가와의 긴밀하고 원활한 교섭활동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AP "업그레이드된 기사 내보낼 수도"**
한편 AP통신의 대변인은 "외교부 직원 누구와 통화했는지 이름을 밝히라"는 외교부의 강력한 반발과 관련, 24일 국내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한국정부와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필요할 경우 업그레이드된 기사를 내보겠다"고 말해 추가기사 작성 가능성을 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바그다드 주재 AP통신 기자는 24일 MBC 이진숙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에서뿐 아니라 바그다드에서도 대사관에 김선일씨 피랍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25일 전해, 이 또한 감사원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 오늘 조사착수, 김천호 "한번은 귀국할 것"**
한편 감사원은 노 대통령의 조사 요청에 따라 25일 곧바로 조사 작업에 착수하며 필요할 경우 바그다드 현지에 조사단을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측은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천호 사장에 대해서도 김사장이 민간인인 까닭에 조사권한은 없으나 최대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며, 필요할 경우에는 조사대상을 국정원 등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관련기관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24일 국회답변에서 김천호 사장이 귀국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이라크에서 철수 준비중인 김사장은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김영미 프리랜서PD와 만나 "서류 정리 등을 위해서라도 한번은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며 "하지만 귀국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고 25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청와대는 감사원 조사로 외교부 직원들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반기문 외교장관, 고영구 국정원장 경질설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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