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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對정치권 선전포고'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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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對정치권 선전포고'의 이면

검찰 "정치권, 통제할 수 없는 검찰 길들이기냐" 반발

송광수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론'에 "수사에 피해를 본 세력의 검찰 무력화 의도"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등 검찰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송 총장이 불만을 드러낸 자리가 사석이 아닌 신임검사 임명식이라는 공식석상이어서 사전에 준비한 계획된 발언이었다는 게 지배적 해석이다.

***검찰 "'통제할 수 없는 검찰' 길들이기냐"**

'중수부 폐지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검찰, 그 중에서도 중수부는 막강한 칼을 바탕으로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비록 무산됐지만, 지난 99년 국민의 정부 시절 당시 박상천 법무장관도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권력이 중수부를 잃고 싶지 않았던 데 반해, 이번에는 검찰이 중수부를 지키고 나선 것이 큰 차이점이다. 최근 청와대는 부패방지위원회 산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공비처)의 신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고, 법무부는 중수부 기능 축소, 감찰 기능의 법무부 이양 등의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해 최종 검토단계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 내부의 위기감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공비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 조사권을 부여해도 공비처와 비슷한 기능을 담당해오던 중수부의 수사 기능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수사는 다 공비처에서 하고, 중수부는 기소와 공판만을 진행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는 셈이다.

물론 지금까지 중수부가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써오며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을 지상과제로 삼고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했고,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비교적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수부 기능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중수부는 아예 기능을 없애버리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에서 고위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작년 검찰의 수사는 분명 정치권을 크게 놀라게 했을 것"이라며 "불법대선자금 수사 종료 이후 이러한 논의는 법조계에서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검찰이 예리한 칼날을 휘두르며 무더기로 입건해 일반 형사사건 포함 20개 지역구에서 재.보궐 선거가 예상되는 등 정치권에 검찰은 요즘 최대 '눈엣 가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 자체 감찰권의 법부무 이양도 큰 화두**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검찰이 발표한 일부 검사들의 수사비 전용 내사도 자체 '감찰권'을 지키기 위한 검찰의 계획된 행동이 아니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현재 검찰권의 독점적 행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감찰권을 법무부로 이양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검찰 스스로 자체 감찰을 충실히 실시하고 있다는 것으 보여줌으로써 감찰권 이양의 근거를 없애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내사가 아니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일선 검사들은 10년차 이상의 부장급 검사에 한달 수사비가 45만원, 10년차 이하 평검사들에게는 27만원이 지급되나, 이는 수사팀을 이끌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물론 개인 학원비, 백화점 쇼핑 등으로 검찰 카드를 사용한 검사들에게는 도덕적 비난을 할 수 있지만, 빠듯한 수사로 피로에 지친 수사팀에게 독려 차원에서 회식을 하고 술값을 지불한 것은 이전에는 눈감아주던 관행이었다는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솔직히 같은 연배의 연수원 동기들이 변호사 개업을 해 누리는 생활 수준을 보면 옷을 벗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정의를 세운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팀원들 독려하는 차원에서 사용한 술값까지 문제 삼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철야 근무할 때 야식비나 사우나비 같은 것은 내 개인돈으로 사용할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런 정치권과 검찰간의 감정 대립은 '세대교체'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젊은 검사들의 경우 '한 번 걸리면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한 중견 간부는 "우스개 소리로 요즘 젊은 평검사들을 '모래시계 세대'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조직폭력배인 친구까지 사형대에 세울 정도로 뚝심있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준 극중 강우석이라는 인물을 보며 검사의 꿈을 키운 후배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당의 초선 의원도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선거법 위반 관련 검찰청에 세 번이나 불려가 젊은 검사로부터 곤욕을 치루는등, 정치권내에선 젊은 검사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여당 "사법개혁"에 검찰 "공비처, 왜 대통령직속인가" 의구심**

이렇게 검찰과 정치권은 '중수부 기능' 및 '감찰권'을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고자 하는 검찰 개혁안도, 오직 검찰만이 죄인을 법정에 세울 권한이 있는 우리나라의 '기소독점주의'를 감안할 때,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히려 검찰의 막강해진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야 비로서 검찰이 권위를 갖춘 진정한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초기 검사들의 반발과 달리 '튀지 않는' 업무 추진과 점진적인 개혁으로 검찰 내에서도 비교적 많은 신망을 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을 향한 검찰의 의구심에도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 특히 공직자비리조사처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추진되고 있는 점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헌법이 완전독립성을 보장하는 기구가 아닌 대통령 직속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이른바 '성역없는 수사'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특히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출범직후 '언론개혁'과 더불어 '사법개혁'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설정한 대목과, 최근 안희정 피고에 대해 우리당 의원 80여명이 집단선처 탄원서를 제출한 대목 등에 대해 마뜩치 않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 수뇌인 검찰총장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중수부 기능축소 논란이 과연 어떤 결과로 끝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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