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향해 연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당내 친노그룹의 대표적 인사인 유시민 의원이 11일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만날 일이 뭐 그리 많으냐"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쏘아붙였다.
유 의원의 이날 발언은 여권의 권력구조 재편 조짐 속에 친노그룹을 통한 비공식 채널이 당청간 주요 통로로 기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보 없애니 당만 갑갑"**
유 의원은 이날 우리당 정책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과 청와대 사이에는 내놓고 공식요청하지 못할 일이 있기 때문에 정치특보를 창구 삼자고 문희상 의원을 특보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그런데 당을 위해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창구를 당에서 공격하니 없애버린 것 아니냐"고 문희상 특보체제에 반발했던 초재선 의원들을 비난했다.
유 의원은 "특보가 없으면 당이 갑갑하지 대통령은 갑갑할 일은 하등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어떤 분들은 현 지도부도 예전에 권노갑에게 대들지 않았었느냐고 하는데 그때와는 시대가 다르다"며 "무조건 뻗대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옛날에야 대통령이 당 총재로서 인사권, 공천권을 다 행사했으니 당론을 거역하고 측근을 공격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었을 수도 있으나 지금은 대통령이 당 총재도 아니고 계파가 지배하는 당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또 초재선 일부에서 김혁규 총리 지명에 반대했던 점을 염두에 둔 듯, "(총리 지명은) 당 지도부와 대통령이 상의했으면 되지 대통령이 1백52명과 일일이 통화해야 하느냐"며 "내가 대통령이라도 성질나지"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당의 운영에 관해 가급적 간섭하고 개입하지 않을 테니 당도 청와대 업무와 운영에 불필요한 간섭이나 언급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노 대통령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일부 초재선을 겨냥한 듯 하지만, 당을 일사불란하게 추스르지 못하고 청와대의 의중도 읽지 못한 신기남 지도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질책성 의미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의원은 특히 "지도부는 돌아다니며 지역 당원들 만나는데 총력을 기울이면 되지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만날 일이 뭐 그리 많으냐"고 쏘아붙였다. 신기남 의장이 연일 강조하는 고위당청협의 강화 등에 대한 정면 비판인 셈이다. 유 의원은 "매사에 대통령은 실사구시적으로 당과 청와대가 배분된 역할을 하자는 건데 당과 지도부가 사사건건 만날 필요가 어디있냐"고 당청분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신기남 "당청관계 강화해 집권여당 체제 갖춰가겠다" **
그럼에도 신기남 의장은 이날 "앞으로 당과 청와대, 그리고 당과 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해 집권여당 체제를 갖춰나가겠다"고 향후 당청관계에 대한 구상을 강조했다.
신 의장은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운영이 있고 당의 입장 있을 수 있으니 당당하게 차이를 인정한다"며 "문제는 차이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어떤 의견이 국민에게 좋은 것이며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이어 "일사불란한 집권 여당은 이제 없다"며 당과 정부와의 차이, 혹은 당내 이견 등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나라를 책임진 집권 여당이니 결정된 사안에는 일치단결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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