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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홍재형, ‘파병 반대파’ 입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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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홍재형, ‘파병 반대파’ 입단속

재검토 서명 57명 겨냥,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홍재형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파병 재검토 서명운동에 참여한 57명의 소속의원들에게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천정배-홍재형, “신중치 못한 발언 삼가라”**

천정배 대표는 8일 오전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보-국방관련 정책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당이 분열이나 혼란에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소모적인 논쟁은 피하고 말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며 “늘 신중한 자세를 갖고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당의 혼선으로 비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천 대표는 “나 자신도 지도부가 되기 전에는 말을 많이 하던 사람이었다”며 “그러나 의욕만 앞세워 일상적인 이슈나 작은 문제 신중치 못한 발언은 삼가 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재형 정책위의장도 “장외 서명운동은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으로 비치지 않고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 정책적 결정은 오늘 같은 의총에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며 파병 재검토 서명에 참여한 57명의 의원들을 겨냥했다.

***반기문, “국가 리더십 차원에서 결단해야”**

당 지도부의 ‘입 단속’에 힘입어 반기문 장관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 증거를 명확히 찾아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제 테러에 전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는 대의가 있다”며 ‘명분 없는 전쟁에 파병할 수 없다’는 파병 반대 목소리를 일축했다.

반 장관은 “다른 나라 파병국 역시 여론의 반대에 직면했으나 때때로 국가 이익과 직결된 외교 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최대한의 여론 수렴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 리더십 차원에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해 여당의 ‘결단’을 압박했다.

반 장관은 이어 “파병 지역에서 우리 국민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중동지역 반응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며 파병 한국군에 대한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에도 진력했다.

***소장파, “지도부는 신중하라”**

그러나 비공개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파병 반대론자인 임종인 의원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논리로 말을 꺼내놓으면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힘들지 않느냐”며 “지도부는 신중하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은 “책임있는 여당으로 추가파병을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당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일이니 만큼 국민 여론을 경청할 것”을 요구했다.

임 의원은 반 장관에게는 “정부가 파병을 고려하는데 있어 미국과의 관계만을 중시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국제사회와 미국이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철 의원은 “파병 명분으로 이라크 정부가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무시해서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했다고 했는데 후세인 정권과 이라크 국민을 분리할 필요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반 장관은 한미간의 현실적 관계 때문에 파병한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설명일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재천 의원도 “다른 34개 나라가 파병을 한다고 하는데 대체 이들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가 맞느냐”고 반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여기에 이라크 추가파병 등에 대한 논의를 전담하는 기구인 ‘국민통합실천위’의 이미경 위원장도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로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라크 파병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파병 재검토 찬성, 57.6%**

이런 가운데 정부와 지도부의 단속에도 파병 철회 또는 재검토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파병 재검토 서명에 참여한 57명을 중심으로 10일 ‘파병결정 원점 재검토를 위한 여야의원 및 시민단체 연대모임’ 결성이 예정돼 있고, 서명에 참여하지않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파병 재검토에 대한 공감대가 넓다.

문화일보가 7~8일 이틀간 우리당 소속의원 1백51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백6명 중 57.6%가 파병 전면철회나 재검토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철회해야 한다”고 대답한 의원이 13명(12.3%), “파병을 하되 시기와 성격, 규모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이 48명(45.3%)에 이르렀다. 반면 “정부 방침대로 파병을 진행해야 한다”는 대답은 34명(32.0%)에 그쳤다.

이 같은 수치에서 드러나 듯 정부방침과 마찰을 빚기를 원치 않는 지도부의 의도가 관철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 이미 형성돼 있다. 더욱이 추가파병 문제에 관한 한 개별 의원들의 소신에 관련되는 문제인 만큼 당론으로 밀어붙이기도 어렵다. 경우에 따라선 원내대표 경선 당시 “파병 대신 재정적 지원도 검토해 볼 수 있다”던 천정배 대표의 입장 선회에 대한 반발이 당 내에서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당은 오는 11일에는 조영길 국방부장관 및 이라크 현지조사단을 초청해 2차 정책의총을 열어 당론 수렴절차를 이어가기로 해 또 한번의 격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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