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 오전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키로 했으나, 부의장단 배분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오전 내내 개의조차하지 못하고 있다. 상생의 정치를 다짐하고 출발한 17대 국회 첫 본회의부터 파열음이 심각하다.
***우리당-한나라당, 부의장 자리싸움에 국회 공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각각 의원총회와 당직자회의를 열고 국회의장단 선출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양당 모두 기존 입장만 재확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부의장 배분과 관련, 열린우리당은 2석중 1석을 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우리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는 만큼 1석은 한나라당에, 나머지 1석은 비교섭단체에 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당은 이날 양당이 합의한 국회의장만이라도 선출하는 방안을 한나라당에 제시했으며, 거부시 여야 합의가 없어도 국회의장단 3명의 선출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몫의 부의장만 선출하고, 나머지 부의장 1석은 추가 협상을 통해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국회 의장단은 이권 차원이 아니라 국회 책임성 차원에서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과반 여당인 열린우리당 출신 부의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또 '의장이 의식불명 등으로 직무대리를 정할 수 없을 때는 소속의원이 많은 교섭단체 출신 부의장이 자동으로 직무 대리가 된다'고 정하고 있는 국회법을 들며 "'소속이 많은 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에서 부의장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6대 국회의 관례를 따라 비교섭단체에도 부의장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의장을 배출한 당에선 부의장을 배출할 수 없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 문건을 제시하면 "국회는 관례에 따라 이뤄지니 관례에 따를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의장단 문제를 풀지 못한 양당은 10시로 예정된 본회의 개의를 11시 30분으로 미뤄두고 원내 대표단 협상만을 계속하고 있다. 오전 내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날 본회의에선 국회의장마저 선출하지 못하고 파행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의총을 마치며 천 대표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의원 여러분들은 자리를 이탈하시더라도 가까운 곳에 계셔달라. 국회가 원래 이런 것이다"라고 당부해 부의장 자리를 둘러싼 양당의 대치가 '장기전'이 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 회의시간 맞추기 신경전 **
협상 파행과는 별개로 이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10시에 예정된 본회의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의총이 진행되던 도중 10시가 가까워지자 사회를 맡은 이종걸 수석부대표는 "예정시간이 됐지만 한나라당 의총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회의 진행을 계속하려 했다. 이에 초선의원들이 "우리라도 먼저 들어가야 한다", "첫날부터 지각할 수는 없다"며 '시간엄수'를 주장해 이 부대표는 황급히 회의를 닫아야 했다.
같은 시각, 한나라당 의총에서도 "첫 본회의는 시간을 지키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열린우리당 의총이 조금 전에 시작했고 의장단 선거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만큼 늦더라도 조금 뒤에 들어가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듯 했다. 그러나 10시경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모두 입장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발언을 신청한 배일도 의원에게 발언 기회도 주지 않은채 부랴부랴 의총을 마치고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한편, 국회 등원 복장에 관심이 쏠렸던 농민운동가 출신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은 평소처럼 생활한복에 고무신을 신고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같은당 단병호 의원도 양복 차림이 아닌 노동운동가다운 점퍼차림으로 등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