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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남북정상회담 거부" SBS보도에 靑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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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남북정상회담 거부" SBS보도에 靑 "오보"

SBS "사실보도", 일각에선 남북정상회담 연내 성사설도

북한측이 참여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나 우리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SBS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도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북측으로부터 다른 제안은 있었으나 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SBS측은 "사실 보도"라고 맞서고 있어, 앞으로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SBS "김정일 위원장 명의로 정상회담 제의"**

SBS는 3일 저녁 8시 뉴스의 첫머리 기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여만인 작년 3월말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공식 의사를 우리 정부기관에 전달해왔다"며 "내용은 지난 2000년 6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들이 합의했던 답방 형식의 정상회담을 하자는 내용으로 회담의 장소와 시기는 남측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그러나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일단은 유보하자'는 거부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어 "당시 한반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던 북한 핵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결론 났다고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전했다"고 덧붙였다.

SBS는 이어 "그 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입장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며 "북핵 문제를 놓고 협상하고 있는 국면이다. 여기에 정상회담 주제라던지 이런 게 잘못 끼여들면 혼선이 생기고 일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한 노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SBS는 이어 이같은 정상회담 거부와 관련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한 핵 문제는 한·미·일 3자 틀에서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한·미간에 신뢰를 해칠 수 있는 남북 정상회담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SBS는 "북측이 깜짝 놀랄 만한 엄청난 제의를 해왔지만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는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은 정상회담 제의였던 것으로 1년여만에 확인됐다"며 자사보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무책임한 보도. 분명한 대응할 것"**

이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전혀 사실무근의 황당한 이야기"라며 강력 부인했다.

윤 대변인은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오보를 낸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관련 보도에 대한 분명하고 확실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도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북측으로부터 다른 제안은 있었으나 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해, 노무현 정부 출범후 남북간에 물밑 접촉이 있어왔음을 시사했다.

***정부 "북핵문제 해결후 정상회담"**

이같은 청와대와 여권의 강력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도는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위 여부는 좀더 지켜볼 일이나, SBS측은 청와대의 강력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렇게 큰 사실을 곧바로 인정하겠느냐"며 "예상했던 반응이다. 자신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취임 이래 줄곧 "북핵 문제 놓고 협상하고 있는 국면에서 정상회담 등 문제가 끼어들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정상회담은 한.미간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가닥이 잡히기 전까지는 정상회담 개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노 대통령의 이런 생각에 변화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NSC 관계자도 "현재 정부에서 정상회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같은 노무현 정부의 방침을 분명히 읽었고, 이에 그동안 정부간 접촉에는 적잖은 냉기류가 흘러왔던 게 분명한 사실이다.

그동안 대북접촉을 꾸준히 해온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한당국자들 사이에는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노대통령의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외교노선에 대한 불만외에 참여정부가 대북송금 특검 등을 수용해,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등 대북접촉 관계자들을 다수 구속한 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남북정상회담 여건 무르익어**

그러나 앞으로도 상황이 계속해 이같은 냉랭한 평행선을 그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북한의 룡천역 폭발 사고를 계기로 남북간 관계가 완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지난 3-4일 속초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서해상 무력충돌 방지 방안에 전격 합의하고 정례화 가능성을 여는 등 남북간 긴장이 빠른 속도로 완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은 장관급회담을 정점으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장성급 군사회담이라는 양 날개를 달게 돼 '화해와 협력'의 기틀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오는 15일 연세대에서 열릴 예정인 '6.15공동선언발표 4주년 기념 우리민족대회'에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등 북측대표단 1백30여명이 참석하기로 하고 전날인 14일에는 김대중 전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15일 세미나에는 정부측 인사들도 다수 참석하고, 일각에선 노무현대통령의 참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한나라당 등 기존 보수세력 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입장 변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남한내 여론도 변화하고 있다. 또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뿐아니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평양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는 등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23일 베이징에서 3차 6자회담을 열기로 하는 등, 북핵회담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점치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결될 예정인 경의선 개통을 즈음해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게 아니냐는 다소 앞선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실현의 무엇보다 큰 변수는 뭐니뭐니 해도 오는 11월2일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로 꼽히고 있다. 부시가 강고한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지지율에서 부시를 앞서고 있는 케리 후보는 북한이 희망해온 '북-미 직접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케리 후보가 미국의 차기대통령이 될 경우 북핵문제 해결에도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그동안 부시정부를 의식해 남북정상회담을 기피해온 노무현 정부의 방침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며 이미 정부도 케리 후보가 될 경우에 대비한 다각적 대책 마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측은 이같이 국내외적으로 예민한 시점에 국내 진보진영의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정상회담 거부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상당히 분개하는 분위기여서, 향후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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