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2일 오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예고없이 방문해 위로했다.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박 전실장은 김 전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끝까지 결백을 밝혀내겠다"고 오열했고, 김 전대통령은 "나도 박 실장의 고초를 생각하면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고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실장은 지난 5월4일 법원에서 한달간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져 조만간 재구속됨에 따라 김 전대통령이 이날 위로차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DJ "현 고초가 훗날 동정과 평가될 날 있다"**
김한정 비서관 전언에 따르면, 김 전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4시께 예고없이 박 전실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해 박 전실장과 한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미 한쪽 눈을 녹내장으로 잃고 의안을 한 상태인 박 전장관은 나머지 눈마저 녹내장 증상이 악화돼 실명할 위기에 처해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김 전대통령과 박 전실장이 만난 것은 박 전실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박 전실장의 안과 주치의. 심장 주치의에게 꼼꼼하게 박 전실장의 병세를 묻는 등 남다른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실장은 "제가 이런 처지가 돼서 대통령님께 면목이 없다"며 "하나님과 대통령님께 맹세코 1백50억원 시비는 사실이 아니다. 제가 끝까지 결백을 밝혀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김 전대통령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 실장이 억울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모함을 당하고 고초를 당하는 것을 억울해 하지 말고 몸 관리 잘 하면서 잘 이겨내라"며 위로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어 "나도 박 실장의 고초를 생각하면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전대통령은 또 자신의 투옥 경험을 얘기하며 "불행에도 찾아오는 희망의 끈은 있으니 놓치지 말고 잘 견뎌내라. 지금의 고초가 훗날에는 동정과 평가가 될 날이 있다.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니 기도를 많이 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박 전실장은 "제가 대통령님의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잘 이겨내겠다"고 답했다.
김한정 비서관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주위에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다녀가기 위해 예고없이 병원을 방문했다"면서 "시종 숙연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현대비자금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 및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은 박 전실장은 조만간 구속집행정지가 만료돼 구치소에 재수감된다.
박 전실장을 제외한 임동원 전국정원장, 이근영 전 금감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김윤규 현대아산 대표 등 대북송금 사건과 연루된 6명은 최근 석가탄신일 사면 조치로 풀려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