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석유주식회사를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석유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사업이다. 두 사업 모두 높은 석유가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필자는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가 가진 미션 중에서도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지적하고, 과감하고 적극적인 사업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알뜰주유소 사업은 시장점유율 10%와 석유제품 가격 100원 인하라는 두 가지 목표 중 어느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 2012년 2월 10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알뜰주유소. ⓒ연합뉴스 |
한편 알뜰주유소의 사업성공 여부를 떠나 알뜰주유소 사업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이 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비난 섞인 의견이다. 물론 이 같은 의견은 자체만으로는 매우 타당한 주장이고, "시장실패를 정부가 개입해서 조정하는 것은 필요악"이라는 반론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기도 한다.
전통적인 경제학 교과서에서 '자유시장'은 '경쟁자가 많고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시장'을 말한다. 따라서 알뜰주유소가 참여하는 시장을 '자유시장'이라고 보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물론 석유업계는 국토와 인구 규모에 적절한 사업자와 시장구조라고 하지만, 네 개의 사업자 각자가 확보하고 있는 시장점유율과 차단되어 있는 정보 사이에서 국민은 사업자가 제시하는 가격을 거부할 방법이 없다. 사업자의 자유만 있고, 국민의 선택기회는 없는 시장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대해 이런저런 '권고'만 반복하는 것이 정말 옳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오랜 고민의 결과가 알뜰주유소 사업이고, 출범 당시 제5사업자의 등장이라는 수식어까지 동원돼 화려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주유소 사업자의 줄 폐업이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의 결과라는 비난 앞에 주춤거리는 듯하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주유소의 폐업사례가 정부의 시장개입에 의한 부작용인지, 포화상태의 과점시장에 대한 정화작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알뜰주유소가 실패로 끝나면 부작용이고, 성공하면 정화작용으로 평가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의 사업자와 경쟁하는 사업이다. 하나의 행위에 대해 시장 개입이라거나 시장 조정이라는 두 가지 해석이 있을 뿐이다. 이태복 전 장관이 추진하는 국민석유주식회사에 참여하는 국민만큼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높은 석유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판단이라는 점과 '기존의 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으로 알뜰주유소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전통적인 시추 방식의 석유 외에 셰일가스, 타이트 오일 등의 경제성이 검증되고 생산량이 늘어 석유 국제 가격의 장기 전망이 안정적이라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석유 시장 구조로는 경쟁과 시장효과에 의한 가격 인하는 요원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알뜰주유소란?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석유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유가를 안정시키고자 '유가안정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알뜰주유소는 정유사에서 대량으로 공동구매한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하고 고객이 스스로 기름을 넣도록 해 비용을 절감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2011년 12월 첫 선을 보인 알뜰주유소는 현재 1000호점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8일 현재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971개로 전체 주유소의 7%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1000개, 2015년에는 전체의 10%인 13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알뜰주유소 유지 및 사업자 권익 보호를 대변하기 위한 '한국알뜰주유소협회'가 지난 7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로써 '주유소협회'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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