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5월말 '조기 개각' 단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물러나는 고건 총리가 신임 장관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을 놓고 '편법'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편법 논란의 핵심은 이미 지난 14일 만찬에서 고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도 이를 수용한 가운데 고 총리에게 신임장관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참여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책임총리제'에도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盧 개각 시기ㆍ폭ㆍ방법 고심 중"**
청와대는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사실상 내주초 개각을 단행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면서도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21일 "노 대통령은 개각 시기, 폭, 방법에 대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주초 조기개각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열린우리당 신.구 지도부와 가진 만찬회동에서 "각 언론이 자꾸 써대는 것을 보니 빨리 하라는 것 같은데 아직 (고건) 총리나 (김우식) 비서실장하고도 이 문제를 상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대변인은 "조만간 총리, 비서실장과 상의하겠다는 말씀 아니겠냐"며 '조기 개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임을 시사했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아직 노 대통령이 고 총리와 개각 문제에 대해 협의한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병완 "총리 제청권은 형식적인 것" 주장**
청와대 참모진들은 편법 논란과 관련, 고 총리의 제청이 '편법'일지는 모르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이병완 홍보수석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 총리가 신임 장관들에 대해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조각도 아니고 몇 자리 바꾸는 것인데 문제가 없다"면서 "총리의 각료 제청권은 사실상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을 빚자 이 수석은 "하도 많은 전화를 받아 정확한 발언 내용이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생각을 담아 말한 게 아니다"며 "고 총리의 제청권 행사가 현 상태로 가능한 것은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해명했다고 김종민 부대변인이 전했다.
정찬용 인사수석도 21일 고 총리의 제청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참모로서 뭐라고 논평할 성격이 아니다"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기 개각을 서두르는 것은 무엇보다 후임 총리 지명 후 개각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후임 총리 지명하고 17대 국회가 개원한 6월7일 이후 인사청문회(15일)를 거칠 경우 개각 시기는 빨라야 6월 22일쯤이다. 또 후임총리가 확실시되는 김혁규 전 지사의 경우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의 반발로 국회에서의 인준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새 총리에게 제청권을 주는 '정상적 수순'을 밟을 경우, 개각 시기는 더욱 뒤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편법 논란'은 법치주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계속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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