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같이 '현대비자금' 수수 혐의에 연루된 권노갑(74) 전 민주당 고문이 18일 항소심에서 눈물로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권노갑, "현대 2백억 받은 일 없다" 눈물로 호소**
서울 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정덕모 부장판사)의 심리로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 형량에 따라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구형했다. 권 전 고문은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현대그룹으로부터 카지노사업 인허가 청탁의 대가로 현금으로 2백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 및 추징금 2백억원을 선고 받았었다.
권 전 고문의 변호인측은 그러나 "피고인은 현대로부터 2백억원을 받지도 않았으며, 피고인은 당시 카지노 사업을 허가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또한 "수사과정 중에 정몽헌 회장이 사망하고 김영완씨는 해외에서 오지 않고 있고,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도 미국으로 나가버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횡령죄가 적용돼야 할 김충식 전 사장을 입건도 하지 않은 것은 이번 사건을 짜기 위해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검찰에 거듭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금품제공의 책임자인 정몽헌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입건되기 전에 자살했고 그 밑에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이 있겠으나 정회장이 자살함으로써 아랫사람들이 책임을 덜었기에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전 고문은 최후진술에서 "진승현 사건에 이어 또다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법정에 섰다"며 "한보 사건으로 징역을 살다 나온 98년 아무 연락없이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씨가 집에 찾아와 차를 마신 외에 이들을 만난 일도, 돈받은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권 전 고문은 이어 "옥살이 후 현역의원도 아닌 국외자로 우울하게 은인자중하던 제가 언감생심 카지노사업 인허가 청탁을 받았겠느냐"며 "진승현 사건으로 구속됐다 지난해 7월 무죄가 난 뒤 이제야 미국에서 공부하는 3대 독자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또다시..."라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으며, 미리 준비해온 최후진술을 마치지 못했다.
***'현대비자금', 카지노 사업 청탁-박지원.권노갑 모두 부인**
전날 박지원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리고, 이날 권 전 고문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연달아 열리는 등 '현대비자금' 사건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공소내용 등에 따르면 현대는 2000년 당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추진하며 가격을 높게 잡으면 여행객 감소가 우려되고, 가격을 낮게 잡으면 수익성이 문제였는데, 가격을 낮게 잡고 여행객 수를 늘리는 대신 관광선 내 카지노 설치를 사활을 걸고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를 받기 위해 당시 여권의 실세였던 박 전 장관에게 1백50억원, 권 전 고문에게 2백억원의 로비를 펼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장관과 권 전 고문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카지노 사업 허가의 문제는 법적으로 국외 노선 여객선에 한해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헌법상 국내 영토인 북한을 왕래하는 관광선에 카지노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였지, 문광부 장관인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권 전 고문도 당시 "한보 사태 이후여서 은인자중하고 있던 시기로 청탁을 받을 만한 위치도 아니었다"고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두 사람의 '실세'가 그러한 로비를 받을 만한 위치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 실세였고, 권 전 고문도 사실상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실세였다는 것.
현재 로비의 핵심 당사자인 정몽헌 회장이 사망한 상태여서 진실은 로비 중간에 개입된 인사들로부터밖에 알 수 없다. 그 중 '현대비자금'을 둘러싸고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김영완씨가 해외체류중인 상태에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에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완씨는 주로 돈세탁과 자금 관리, 유력인사 소개 등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최근 김영완씨의 화려한 정.관.언 인맥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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