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 "국민을 설득하고 국내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해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대통령은 이에 대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세계적인 방위태세' 재검토 결과라고 밝혀,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임을 분명히 했다.
***盧 "이라크 파병, 국민 설득해 어려움 극복중"**
이날 통화는 외형상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축하하기 위해 미국측이 요청한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미 정상간 전화 협의는 저녁 8시30분부터 17분간 이뤄졌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이날 전화통화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8번째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선 노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게 된 것을 축하했고, 이에 노대통령은 사의를 표시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방침을 알리며 "성공적인 이라크 주권 이양을 위해 일부 주한 미군의 차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해를 표시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이해 표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차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노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하고 국내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윤 대변인이 밝혔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조속한 이라크 추가 파병을 공식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미국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우리가 소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밖에 북핵문제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고,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실질적 진전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은 '세계적인 방위태세' 재검토 결과"**
미 백악관의 스콧 맥클렐런 대변인도 노대통령과 부시대통령간 통화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부시대통령이 노대통령과 전화로 협의를 갖고 주한미군 가운데 일부를 이라크로 이동시키는 것에 대해 '이해와 지지'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날 캔자스주 토피카로 향하는 공군 1호기상에서 기자들에게 한 정례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그가 공식적인 업무를 재개한 것을 축하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1개 여단을 한국에서 이라크로 이동할 가능성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노대통령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대통령은 우리가 한동안 '세계적인 방위태세'를 재검토해왔다는 것과 우리가 한국 정부를 포함한 동맹국들과 광범위한 협의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언급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이해와 지지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그들은 또 북한 핵문제와 최근 끝난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같은 시간대에 "3만7천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3천6백명의 육군부대를 이번 여름중에 이라크로 전환배치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며 "임무가 끝나더라도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백악관 및 국방부 발표는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이 이라크정황 악화에 따른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부시 정권 출범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해외주둔미군 재편 과정의 일환으로 단행된 것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시, 직후에 고이즈미에게도 주한미군 차출 통고**
부시 대통령은 이밖에 노 대통령과의 통화이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와도 전화통화를 갖고 주한미군 차출 사실을 알렸고,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이해를 표시했다고 일본의 지지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라크 정세와 관련, "이라크 상황은 엄중하나 반드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며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이라크 정권이양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와 관련, "좋은 유엔결의를 만들도록 일본의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재건지원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이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밖에 부시대통령에게 오는 22일 예정된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면 일본인 납치 문제뿐 아니라 미국이 중시하는 핵개발, 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포괄적 해결'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