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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가치 지향은 있되 정책은 실용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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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가치 지향은 있되 정책은 실용주의로"

['직무정지 63일'간 정국 구상] 경제ㆍ외교 집중

"탄핵 기간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역사를 성찰하고 자아를 재충전하며, 국정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학습 시간이었다."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 결정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로소 '봄'이 찾아왔다. 직무정지 63일 동안 정치.경제.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0여명을 만나는 등 '성찰과 탐구'의 시간을 보냈다는 노 대통령이 그토록 기다리던 '봄'을 맞아 어떤 활동을 시작할지 최대 관심사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이날 배포한 '직무정지 63일, 곁에서 지켜본 대통령'은 이후 국정 운영과 관련된 노 대통령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있다.

***"경제 문제에서 사회적 주제가 겉돌고 있다"**

노 대통령은 탄핵 기간 중 경제와 국방.외교 분야 학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 복권 후 당장 가장 큰 현안도 경제와 이라크 파병 문제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동맹 관계 등 외교 현안에 관한 노 대통령의 입장은 "가치 지향은 있되 정책은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노 대통령은 '협력적 자주국방과 한.미 동맹관계의 지속적 발전이 동북아시대 한국의 위상을 정립하는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또 노 대통령은 케인즈, 하이에크 등 경제 이론에서부터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임금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구체적 현안을 학습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조윤제 경제보좌관을 비롯해 몇몇 경제학자들과 논의했으며, 금융시장과 유가 동향, 중국경제 등 새롭게 돌출되는 경제 현안들도 주요한 토론 대상이었고 각종 경제지표와 상황도 수시로 점검됐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서 사회적 주제가 겉돌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막연히 '불확실성'만을 강조하며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할 게 아니라 불안전한 구조들의 근본적 개선책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전부터 경제불황과 관련, "1년만에 경제정책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분열구도 극복이 최대 정치적 목표"**

직무정지 기간 중 치러진 17대 총선은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치적 심판의 의미를 가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기가 됐다. 열린우리당의 원내 과반 의석수 확보로 노 대통령의 탄핵안 기각은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노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와 관련, "노력하면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선다"며 크게 만족을 표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의석을 얻고 영남지역에서 평균 35%의 지지율을 얻어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표심으로 나타냈으나, 이를 수용할 제도적 준비가 미비했던 점을 지적하며 국민들의 뜻에 따라 정치인들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또 노 대통령은 탄핵 의결 당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계속됐던 촛불시위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촛불 시위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이미 자율성과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질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았으며 "자율적 의지에 의한 자발적 참여 의사가 이렇게 강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합의의 문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제 세상은 20세기 이념대립의 시대에서 거너번스(Governance) 경쟁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피라미드형 지배구조가 네트워크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견해를 지난달 11일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함께 하면서 밝히기도 했다.

***이순신.대처.드골.링컨 등 '리더십' 관련 서적 탐독**

노 대통령의 일상에서 '독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기간동안 '리더십'과 관련된 서적을 주로 읽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월초 경제보좌관 추천으로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라는 책을 읽고, 충무공 전적지를 여행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될 경우 총선 정국에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또 출입기자들과의 등반에서 언급했던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도 노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책이다. 노 대통령은 "오로지 외로운 해방운동 끝에 파리에 입성하면서 정통성 있는 임시 정부의 수반으로 승인받을 수 있었던 지위에서 드골의 고집이 빛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쓴 외교통상부 이주흠 심의관은 조만간 예정된 청와대 조직 개편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다.

<노무현이 본 링컨>을 쓰기도 한 노 대통령은 탄핵 국면에서도 링컨을 읽었다. "만약 분열된 남과 북을 하나로 통합한 링컨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미국의 오늘날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노 대통령이 항상 링컨을 찾는 이유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또 유럽 역사에 관심을 보였으며, 빌헬름 1세, 로베스피에르, 나폴레옹 등을 언급하며 '승리자의 절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기술강국 이만불 시대> <동아시아 경제변화와 국가의 역할 전환> 등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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