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 파병결정은 위헌'이라며 낸 소송에 대해 29일 "통치행위는 사법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했다. 이는 일단 파병 자체에 대해 위.합헌 판결을 내리지 않은 채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통치행위 사법처리 불가론'을 받아들인 셈이어서 사법판단의 범위를 두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헌재. "파병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통치행위, 사법판단 대상 아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파병은 군인의 안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와 역할, 동맹국과의 관계, 국가안보 등 복잡하고도 중요한 문제로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며 "현행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제 통치구조하에서 대의기관인 대통령과 국회의 파병 결정은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파병 결정이 궁극적으로 국민과 국익에 이로운지,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인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한정된 자료만 갖고 있다"며 "헌재의 판단이 더 옳거나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판결과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헌재의 입장에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재판부는 특히 "파병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이고 대통령과 국회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으므로 헌재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심판하는 것은 자제돼야 하는 것이고, 대통령과 국회의 판단은 궁극적으로 선거를 통해 평가와 심판을 받으면 된다"며 정치적 결정은 정치적 평가를 통해 심판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영철 헌재소장 등 4인의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청구인은 이라크에 파병될 당사자가 아니어서 파병으로 인해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받는 자가 아니므로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당사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각하 의견을 피력했다.
일반시민인 이명훈씨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이라크에 국군 자이툰부대를 파병키로한 결정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 헌법에 위배되고 직업군인이 아닌 일반사병을 파병하는 것은 헌법상 국가안전보장 및 국방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헌재, 이라크 파병 관련 소송 모두 각하**
한편 헌재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 전쟁 파병을 동의해 기본권을 침해 당했다"며 민변과 일반시민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 심판에서 "청구인이 파견될 당사자가 아니므로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받는다고 할 수 없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심리없이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도 권성 재판관 등 4명의 재판관은 각하 결정에는 동의하면서도 "파병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인 만큼, 헌재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이를 심판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낸 바 있어 이날 헌재 결정이 예고되고 있었다.
재판부는 또한 당시 '국무회의의 이라크 전쟁 파견 동의안은 위헌'이라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국무회의의 의결은 국가의 내부적 의사결정 행위에 불과해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며 각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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