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53명의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무더기 당선무효 사태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해당 지역에서 올 10월 재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상당수 지역에서 10월 재선거 실시될 것"**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6일 본지와 만나 "검찰과 법원이 선거사범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선거법 개정으로 기소후 1년 내에 재판을 끝내야 하고 궐석 재판도 가능해진 만큼 서두르면 올 10월에 대부분 재선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현행법상 재선거는 4월과 10월에 모아서 실시하도록 돼 있는 만큼, 상당수 지역에서 오는 10월에 재선거가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방침은 법무부 및 법원과의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오는 10월 재선거가 무더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재선거 대상 당선자 62명, 최소한 20여명 재선거**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재선거의 경우 10월1일부터 3월31일 사이에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에는 4월중 마지막 토요일에 실시하고 4월1일부터 9월30일 사이에 확정된 때에는 10월중 마지막 토요일에 실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올해는 4월 총선으로 연기된 오는 6월5일 재보선 이후, 하반기 재선거는 10월30일에 있을 예정이다. 9월30일이후 확정된 선거는 내년 4월말로 넘어가게 된다.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입건된 당선자는 53명이고, 이 가운데 17명이 선관위 및 법원이 '악성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금품 및 음식물 제공, 허위 학력 게재 등 혐의를 받고 있어 상당수가 당선 무효형을 받을 게 확실해 보인다.
또 선관위가 내달 16일부터는 선거비용 확인 작업이 실시하고, 당선자에 대한 추가적인 고발 및 수사 의뢰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밖에 불법정치자금 수수, 명예훼손 등 일반 형사사건에 연루된 당선자도 9명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지난 15대 총선에서 6곳, 16대 총선에서 11곳에서 당선 무효 판결로 재선거가 실시됐던 것에 비해 재선거 지역이 상당히 늘어날 전망이다.
정가에서는 현재 선거법 등의 위반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62명의 당선자 가운데 최소한 20명 안팎이 재선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렇게 될 경우 사상최대 규모의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초 재판 일정 등을 감안할 때 금년 10월 재선거 실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정부 측에서는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오는 10월30일 가능한 한 많은 지역에서 재선거가 실시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선거, 정가에 또하나의 '태풍의 눈'**
이번 재선거는 그 규모가 전례없이 커,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4.15총선으로 형성된 여대야소 국면까지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조속히 재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선거사범에 대한 사법부 및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는 동시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하겠다는 의도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여대야소 출범 1주년이 되는 내년 4월에 무더기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국민적 심판의 의미를 띄게 될 가능성이 큰만큼 가급적 조속히 재선거 국면을 매듭짓는 게 정국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당은 6.5 재보선에 이어 10.30 재선거에 강하게 집착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도 재선거를 둘러싼 여야간 경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가 선거법을 위반해 1백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당선인의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배우자, 직계 존ㆍ비속 등이 기부행위 위 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3백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거나 △당선인의 선거 사무장, 회계책임자가 선거비용 제한액(선거구 평균 1억7천만원)의 0.5%를 넘게 사용한 혐의나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3백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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