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법원이 벌금 7백만원을 선고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법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상실케 되기 때문이다.
***법원, 정형근 의원 벌금 7백만원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의 심리로 2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정 의원에 대해 지난 99년 김대중 정부의 '언론대책 문건 폭로 사건'과 관련 "피고인은 '김대중 전 전 대통령이 이강래 전 수석을 통해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앙일보 문모 기자가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은 '서경원 전 의원이 정부나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진실로 믿을 만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진 주장"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 의원이 99년 부산집회에서 'DJ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싹싹 빌었다', '빨치산 수법'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89년 서 전 의원이 방북하면서 5만 달러를 받아 1만 달러를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건네, 김 전 대통령이 서 전 의원의 방북 사실을 알리지 않은 불고지죄와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당시 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공소를 취소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피고인의 발언 내용은 사실을 근거로 한 당시 '정치적 타협'에 대한 주관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일 뿐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무죄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서 전 의원이 당시 안기부 대공국장에 재직중이던 정 의원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증언과 정황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서 전 의원을 구타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언론문건'에 관한 국회의원의 국회내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초로 발언을 했고, 이강래 전 수석이 부인하자 이후 같은 취지의 주장을 국회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국회 내에서 발언한 것이므로 면책특권상 직무부수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폭로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점을 볼 때 죄가 무겁지만, 전과가 없고, 피고인이 제보에 기초해 행한 발언이다"며 벌금형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정형근 의원, "폭로라 생각치 않는다. 문제제기는 국회의원의 의무"**
법원의 벌금형 선고는 사실상 정 의원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선고 후 법정을 빠져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선고가 있기 전 잠을 설쳤다"며 "선거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직에는 상관이 없다"고 언급하며 재판부의 판결에 만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기자들이 '앞으로도 '폭로'를 계속하겠냐'고 묻자 묻자 송두율 교수 사건을 언급하며 "송두율 교수가 입국하던 날이 공교롭게 국정감사가 시작된 날로 98년~2000년까지의 많은 자료를 갖고 있었지만 문제제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고 자신에 의해 송 교수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음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당시는 나 혼자서만 문제제기하던 상황으로 공인으로서 실체를 아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다"며 "국회의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의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제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면책특권을 남용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권리 행사와 보호를 위해 만들 것이지 도피의 수단이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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