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만 보고 조류를 못 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 '어록'에 대해 내린 평가다.
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은 길 가다 지갑을 주웠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할 것"이라며 탄핵역풍에 따른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상승을 비아냥댄 노 총장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우리당의 총선 승리는 그냥 재수로 주운 것이 아니라 그만큼 노력하고 시대 조류를 알았기 때문에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민일보가 21일 보도했다.
***盧, "총선결과 재신임으로 간주"**
이처럼 노 대통령은 17대 총선 이후 청와대 비서진 및 열린우리당 인사들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직무 정지 상태라 직접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노 대통령이 정동영 의장, 김근태 대표, 김혁규 경제특보, 김원기 정치특보, 문희상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그들을 통해 대통령 발언을 전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 이후 한달이 넘게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독서'와 '산책' 등을 하던 '식물 대통령' 시기는 이미 끝났다. 아직 탄핵심판 절차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번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이 '거대 여당'으로 등극하면서 노 대통령은 의회 권력까지 장악하게된 '강력한 대통령'으로 복귀할 게 유력하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17대 총선 결과를 재신임으로 간주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잇따라 만난 여권 인사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21일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총선 이후 수석·보좌관 및 여권 인사들과의 연쇄 면담에서 "이번 총선은 대통령 신임에 대한 국민 의사를 묻는 선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하면 그냥 가고, 과반을 못하면 야당 연합에 실질적인 정권을 넘길 생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야당의 총리 및 각료 제청권 행사 등 권력 이양 작업이 마무리되면 (대통령직을) 사퇴하려고 했다"면서 "만약 한나라당의 국회 주도권이 확립되었을 경우엔 대통령을 새로 뽑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을 확보하는 경우) 사실상 동거 정부가 생긴 셈으로, 나는 주저없이 야당과 권력 배분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며 "지난 1년동안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하려고 해도 불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예측가능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한나라당이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21일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어제 노 대통령이 총선을 재신임으로 간주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다수당을 만들어준 의미가 뭔지 본연의 의미를 되새겨 겸허한 자세로 나가야 하는데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오만한 집권당과 지도부의 발상이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상생의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오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盧-열린우리당 지도부 회동에 관심 집중**
정가에서는 이에 노 대통령이 '재신임' 등 정치적 입장을 21일 열린우리당 선대위 지도부 18명과 회동에서도 언급할 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21일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한명숙·김진애·김혁규 등 공동선대위장을 비롯, 신기남·김명자 선대본부장, 김원기 문희상 조세형 상임고문, 김덕규 임채정 이해찬 이부영 이미경 김정길 김한길 상임위원 등 선대위 지도부와 정세균 정책의장 등 18명과 만찬 회동을 갖는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9일 김근태 원내대표와 2시간 40분가량 만찬을 함께하면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총장에 대한 발언 외에도 당.청 관계, 일부 여권 핵심인사의 입각 등 2기 내각 구성 등 국정 전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할 수 있는 모든 얘기를 다 하고 왔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총선 결과에 대해 대화하던 도중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고 조선일보가 한 여권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김원기 특보, 문희상 전 비서실장, 유인태 전 정무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의 '단합'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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