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국민에게 다시 한번 은혜를 입은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우리 사회 개혁을 완수하는데 전력을 다 하여야 한다. 지난 1년간 수구 야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개혁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개혁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논평 중)
17대 총선 결과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안정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과반 의석인 1백52석을 차지하자 시민사회단체들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집단소송제 도입, 국가보안법 폐지, 집시법 개정, 정간법 개정 등 각종 개혁 요구가 봇물 터진듯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에 대한 보수단체나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정부여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라크 추가 파병 철회, 첫 시험대 될 듯**
시민사회단체의 여러 요구중에서 우선 주목되는 것은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다.
3백6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지난 14일 '1만인 시국선언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파병 반대 운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이미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이라크 정세 악화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미국을 의식해 '파병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한국군 새 파병후보지인 아르빌과 슐라마니아에 대한 현지조사를 마치고 귀국한 국방부 조사단은 19일 "이라크 북부는 안전하고 한국군 파병을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행동의 참여연대 등은 국방부 현지조사와 관련,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참여연대 권상훈 간사는 20일 "지난 1차 이라크 현지 조사단에 대한 허위.부실 조사가 대표적 사례"라면서 "이번 조사도 허위.부실 조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조만간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금주중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4개 정당 관계자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도 갖고, 각정당에 파병철회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시민사회단체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이다. 지난 16일 권영길 대표가 '3당 대표 회동'을 제안하면서 '대통령 탄핵안'과 '이라크 파병' 철회를 주요 의제를 삼을 것을 제안했던 민주노동당은 오는 6월 17대 국회가 문을 열면, 이미 파견돼 있는 서희.제마 부대의 철수까지 포함한 '파병 철회 결의안'을 입법 발의할 계획이다.
국민행동은 이와 별도로 국민청원 방식으로 '파병철회안'을 국회에 청원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은 '파병철회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추후 우리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간법 개정, 급물살 탈 듯**
언론관계법 제.개정 논의도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정기간행물법 개정과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우리 사회의 여론이 민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방송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의 홍수 속에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수 있도록 수신료 제도 개선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통합방송법을 비롯한 법 개정 논의와 함께 민영상업방송에 대한 사회적 규제 방안도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도 이날 논평을 통해 17대 국회가 신문사 소유와 경영 분리, 편집권 독립, 여론 독과점 규제 등을 위한 정기간행물법 개정, 신문시장 정상화 및 공정한 여론 형성을 위한 신문고시 강화, 방송의 공영성 강화와 시청자 참여 확대를 위한 방송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와관련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16일 "언론이 개혁되지 않으면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면서 "소유지분 제한을 포함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과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 드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같은 정간법-방송법 개정 요구에 대해선 한나라당은 극력반대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은 그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어, 17대 국회 개원시 가장 우선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실련,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하라"**
경제.민생 분야에서 최우선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요구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이다.
경실련은 19일 논평을 발표,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단지 평당 분양가가 2천24만원으로 책정돼 아파트 값이 1주일 동안 3천~5천만원 급등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은 분양가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시급히 택지공급 가격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건교부는 지난 2월 12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향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택지 중 공동 주택용지의 택지공갑 가격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으며, 3월 17일 늦어도 3월말까지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지적하면서 건교부에 택지공급가격의 즉각적인 공개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또 "지난 3월 총선공약과 관련,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자유민주연합 5개 정당의 정책위의장을 면담할 당시 택지공급가격 및 조성원가 공개는 5개 정당 모두 찬성했다"며 정치권에도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사무총장은 20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최우선 개혁 단기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극력반대하고 있는 이헌재 경제팀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여연대, "집단소송제 도입하라"**
참여연대는 집단소송법과 징법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집중키로 해, 재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19일 논평을 발표, "분쟁의 1회적.종국적 해결, 소액 다수 피해자들의 실질적 구제수단, 기업활동의 투명성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했다. 지난해 통과된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또 공장 폐수 유출 등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고의적 또는 의식적인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이날 두 법안의 도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사법개혁위원회에 전달했으며 이를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탄핵반대국민행동의 주도적 역할을 한 참여연대의 발언권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며, 참여연대가 제기한 집단소송제 도입의 수용여부를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의 향방을 잴 수 있는 잣대로 여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보법 폐지, 집시법 개정 요구도 거세**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이 내달 13일경 국보법 폐지 집회를 열기로 하고 인권운동사랑방이 조만간 국가보안법 연구모임을 결성하는 등 송두율 교수 문제로 전면에 떠오른 국보법 폐지도 당면 개혁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의원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결과 당선자의 대다수가 최소한 개정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17대 국회 개원시 국보법 개정은 급류를 탈 전망이다.
탄핵반대 촛불집회 과정에 큰 문제가 된 개정 집시법에 대한 재개정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5월말까지 개정하기로 한 집시법 시행령 가운데 '소음 규제'는 이를 빌미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입법 예고된 집시법 시행령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12월 개정된 집시법에서 주요도로 행진제한, 학교.군사시설 인근 집회제한, 외국공관 1백m 이내 집회 제한적 허용, 폭력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해서는 남은 기간의 집회 금지 등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확실시**
16대 국회에서 "알맹이는 따 빼고 통과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친일진상규명법'의 개정 문제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곧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마련해 17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열린우리당도 이 문제는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정시 조사대상에 포함될 게 확실시되는 박정희 대통령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의 반발이 예상돼 한차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문사유가족대책위원회'는 16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안을 17대 국회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조사 대상을 민주화운동 관련 의문사로 제한하고 의문사위 활동 기간을 1년으로 한정지은 것 등에 현 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민주노동당과 연대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로 제시할 계획이며, 임대차보호법의 입법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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