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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교차한 '추미애와 박근혜', 과연 뭐가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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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교차한 '추미애와 박근혜', 과연 뭐가 달랐나

<기자의 눈> 秋의 몰락은 朴의 무서운 '반면교사'

"추미애는 왜 떨어진 거냐?"

16일 출근길에 어머니가 안타까운 듯 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추미애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17대 총선 즈음해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박근혜, 추미애 두 여성 지도자의 부상이었다. 그러나 15일 총선 결과로 이들의 명암은 크게 갈렸다.

***추 위원장과 민주당의 몰락**

두 여성 지도자의 등장은 그 계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유교 가부장제 전통이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참으로 놀랍고 획기적 변화였다.

특히 추 의원은 "현실 여성 정치인 중 유일하게 정치적 언어로 말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정치적 성장은 물론 DJ라는 뒷 배경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혼자 힘으로 일궈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박정희 후광 효과'가 아직도 주요한 정치적 자산인 박 대표와는 대비되는 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미애 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서 3위로 낙선했다. 또 추 위원장이 이끈 민주당도 지역구 5석, 비례대표 4석 등 9석을 내는 데 그쳐 참패했다. 그나마 지역구 의원도 전부 호남에서 나와 50년 정통 야당사를 잇는다고 주장해왔던 민주당은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 또 박상천, 정균환 등 당권파 뿐아니라 조순형, 김영환, 김경재 등 현 지도부도 줄줄이 낙선, 구심점을 잃은 민주당은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표와 함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추 위원장의 앞날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추 위원장,'3보1배' 등 지역 감정 호소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공식 선거 기간에 돌입하자마자 추 위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광주에서의 '3보1배'다. 더 이상 떨어질 나락도 없는 민주당 입장에선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의 민심을 자극하는 게 가장 효과적 카드로 여겨졌을 지 모른다.

추 위원장은 "DJ가 3보1배 이후 제 건강에 대해 걱정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말을 지원 유세다니면서 강조해, 호남인들이 가슴 속에 DJ를 불러 일으키려 하기도 했다. 그는 공식선거기간인 13일 중 무려 6일을 호남 지역 유세에 할애했다.

추 위원장의 이같은 전략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외형상 성공하는 듯 비쳤다. 때문에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의석수인 20석 이상 확보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처참했다.

지역 감정을 자극해 감성에 호소하려는 구태의연한 전략이 '한-민 공조'에 격노한 민주당 지지층에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지역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3보1배'등 정치적 이벤트에 치중하느라, 추 위원장은 정작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을 지지할만한 '정치적 명분'을 제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앞서 추 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는 과정에서도 조순형 대표 퇴진과 개혁 공천 등 자신이 내걸었던 조건에서 한발씩, 한발씩 물러섰다. 결국 박상천, 정균환 등 당권파들이 만들어놓은 판에 추 위원장은 '얼굴'만 빌려준 셈이 됐다. 이전의 '추다르크'라고 불릴만큼 원칙적이고 강고한 모습에서 상당히 퇴보한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지역감정 호소 전략이 먹혔다는 점이 다를 뿐**

반면 탄핵안 가결 이후 60-70석도 못 건져 사상 유례 없는 참패가 예상됐던 위기의 한나라당이 무려 1백21석을 차지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박근혜 대표라는 점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듯하다. 당 지지도가 10%대 초반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박 대표에게 당권이 넘어간 당시엔 누구도 이 정도 결과를 예상치 못했다.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김문수 의원조차 "불 난 뒤 연기나는 집을 박 대표가 떠 안은 것 아니었냐"며 "박 대표가 예상 밖으로 정말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성공은 '운'이 따른 것이다.

박 대표가 새 대표로 선출될 때만 해도 그는 '얼굴 마담'의 의미가 컸다. '차떼기 정당' 등 부패 정당의 이미지와 '탄핵역풍'으로 추락한 한나라당 입장에선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박근혜 의원을 어쩔 수 없이 대표로 받아들인 것이다.

솔직히 '탄핵역풍'을 가라앉힐 뾰족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박 대표를 선택한 것은 그가 박정희의 딸이라는 점에서 영남 지역 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서였다. 박 대표도 마찬가지로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자마자 부산.경남 지역을 찾는 등 영남 지역 공략에 공을 들였다.

추 위원장과의 차이는 그 역시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으되 그 전략이 영남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는 것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한 것도 '박정희 향수'에 기반한 '박근혜 효과'는 영남지역 이외의 유권자들에겐 구태의연한 것으로 비쳐졌다는 반증이다.

***박근혜, TK에서 벗어나야**

사실 박 대표는 박정희 후광 효과에 기반한 '가상의 정치력'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황오금희 이프편집위원은 "정치력은 권력의 분산과 집합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서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나. 물론 대중을 움직이는 힘은 있지만 그건 연예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박 대표는 국민들에게 강력한 차기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각인됐다.

박 대표가 진정한 차기 지도자가 되려면 지역감정에의 호소 등 구시대적인 정치 전략을 넘어서 지도자로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추 위원장의 낙선이 보여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같은 '운'을 두번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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