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찍으면 모두 죽은 표"라고 주장해 '사표 논쟁'을 촉발시킨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17대 총선 전날인 14일에 재차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지역구 후보는 열린우리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금은 정치 그 자체와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가 통째로 위험에 빠진 비상상황"이라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호소한다"고 우리당 지지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창당 전에 유 의원이 몸 담았던 개혁국민정당 전 집행부 9명은 이날 민노당 지지선언을 했다. 개혁당은 이날 "개혁당 개미당원들의 꿈을 짓밟고 개혁당 죽이기에 앞장서온 유시민 의원의 계속되는 돌출발언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어 나섰다"며 유 의원을 비난하면서 "당 정체성에 가장 맞는 민노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시민 "민노당 후보 득표율은 심리적 위안 주는 지표에 불과"**
유 의원은 특히 이날 올린 글을 통해 "민노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은 열린우리당이 탄핵사태로 지지율이 급등하자 '돈지갑을 주웠다'고 조롱했는데, 민노당은 탄핵사태로 만 원짜리 몇 장이 든 돈지갑을 잃어버렸다가 우리당 압승 여론조사 보도 덕분에 만원짜리가 아니라 십만원권 수표가 그득하게 든 그 돈지갑을 다시 찾은 형국이 됐다"며 "주운 돈지갑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우리당을 힐난했지만, 민노당도 잃었다가 되찾은 지갑에 든 십만원권 수표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극소수 강세지역을 제외하면 민노당 후보의 득표율은 민노당에 심리적 위안을 주는 지표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번 총선까지는 후보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지만 1인2표제가 도입된 이번 총선에서는 민노당 후보가 아무리 많은 표를 얻어도, 당선되지 못하는 한 의석을 늘이는 데는 손톱만큼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어 "탄핵3당이 또다시 원내 과반수를 형성할 때 무슨 일이 더 생길지 아시지 않냐"면서 "그들은 과거의 범죄들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며 대통령 탄핵도 국민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대통령 하야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민노당에 표를 주는 여러분 각자의 합리적 행동이,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한나라당의 부활과 탄핵3당의 국회 지배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유 의원의 돌출발언과 잔머리 굴리기 더 이상 용납 못해"**
한편 개혁국민정당 비상위 전 집행부 9명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유시민 의원 규탄' 및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했다.
이용휘 비상위 전 대변인은 "개혁당 개미당원들의 꿈을 짓밟고 개혁당 죽이기에 앞장서온 유시민 의원의 계속되는 돌출발언과 잔머리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어 나섰다"며 "당을 살리기 위한 법정싸움으로 시기를 놓쳐 독자후보를 내지는 못했지만 가장 우리의 성향에 부합하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변인은 "2003년 11월 11일의 당 해산 선포 이후, 개미당원들은 개혁당 죽이기에 앞장서온 전 개혁당원 유시민에 맞서 당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며 "앞으로 전당대회등을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 모양새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유 의원이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민주노동당 지지자 여러분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
저는 열린우리당 전자정당위원장이며 경기도당 위원장인 유시민입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오늘, 저는 경기도 경합지역 지원유세는 물론이요, 제 선거구 거리유세까지 포기하고 컴퓨터에 매달려 있습니다.
정당표를 12번 민주노동당에 주려는 분들께,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권에 들어 있지 않은 선거구에서는, 후보표는 꼭 3번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던져 주시라고 부탁드린 저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마치 제가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비열한 수단을 쓰는 것처럼 저를 비난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꼭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시지 않으면 여러분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비극적 사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정책경쟁만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미시적 정책뿐만 아니라 거시적 정치 아젠다도 정당하고 유효한 경쟁수단이 됩니다. 한나라당의 아젠다는 거여견제론과 인물론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아젠다는 거야부활론과 탄핵국회심판론입니다. 민주노동당은 보수정치 판갈이론과 진보정당 원내진출론입니다. 민주당은 배신당심판론과 호남살리기론입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은 열린우리당이 탄핵사태로 '돈지갑을 주웠다'고 조롱했습니다. 탄핵 직후 지지율이 급감하자 민주노동당은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이었을 겁니다. 같은 비유를 쓴다면 민주노동당은 탄핵사태로 만 원짜리 몇 장이 든 돈지갑을 잃어버렸다가, 열린우리당 압승 여론조사 보도 덕분에 만 원짜리가 아니라 십만 원 권 수표가 그득하게 든 그 돈지갑을 다시 찾은 형국이 되었습니다. 지난 열이틀 동안 민주노동당의 정당투표 지지율이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주운 돈지갑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열린우리당을 힐난했지만, 민주노동당도 잃었다가 되찾은 지갑에 든 십만 원 권 수표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본론입니다. 총선판세는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현재 각 당 판세분석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우세지역은 열린우리당이 조금 많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층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고려할 때 이대로 간다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50%의 확률로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해야 맞습니다. 여기에다 민주당과 자민련을 합쳐서 150석을 넘을 확률 역시 50%의 가능성으로 상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비례대표 의석에 관한 한 탄핵3당이 절반인 28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무척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여기에 토를 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지역구 의석입니다. 전국적으로 초박빙 경합지역이 50곳을 넘습니다. 극단적으로는 한 표 두 표가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후보를 내지 못한 지역이 절반쯤 됩니다. 극소수 민주노동당 강세지역을 제외하면 민주노동당 후보의 득표율은 민주노동당에 심리적 위안을 주는 지표에 불과합니다. 지난 번 총선까지는 후보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지만 1인2표제가 도입된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아무리 많은 표를 얻어도, 당선되지 못하는 한 민주노동당의 의석을 늘이는 데는 손톱만큼의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로 마음먹고 있는 유권자들께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지지해서, 또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하시는 것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차떼기 부패정당이 원내 제1당으로 부활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시지 않습니까? 탄핵3당이 또다시 원내 과반수를 형성할 때 무슨 일이 더 생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들은 과거의 범죄들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며 대통령 탄핵도 국민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대통령 하야 투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선전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여러분이 마음먹으신 대로 도와주면서도 동시에 한나라당의 제1당 복귀와 탄핵3당의 국회 장악을 저지하는 방법을 말씀드렸습니다. 정당지지표는 그대로 민주노동당에 주더라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후보가 경합하는 지역에서는 후보지지표를 3번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던지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획득하는 의석 수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으면서, 동시에 차떼기 부패정당과 탄핵3당을 엄중하게 심판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열린우리당의 당원입니다. 자부심 있는 당원으로서 저는 정동영 의장의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 사퇴에 대해 끝까지 완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당의 지도부를 보존한 채 멋있게 총선을 이기고 싶었으며, 또 그렇게 이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정동영 의장은 자신이 총선 승리의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 때문에 그렇게 결단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은 이것을 두고 엄살이라고 야유하면서, 자꾸 그러면 선거법 위반을 각오하고 자기네가 확보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 장봉군 화백의 만평도 제가 앵벌이를 하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민주노동당에 요청합니다. 어떤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공개해 주십시오. 다 하기가 어렵다면 경합지역 조사결과만이라도 공개해 보십시오. 어느 당이 몇 개 앞선다고만 하지 말고 연령대별 지지율과 예상투표율까지, 그렇게 해서 실제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경합지역의 몇 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는지 판단해 봅시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 굳이 한나라당을 제1당으로 부활시키고 탄핵3당에게 과반수를 넘겨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민주노동당은 자기가 얻을 의석을 다 얻을 수 있습니다.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이루고 차떼기 부패정치와 탄핵3당도 심판할 수 있는, 그런 최선의 길이 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길을 외면해야 합니까.
어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메인 화면은 온통 저를 비난하는 주장과 보도로 가득했습니다. 진보누리에는 "우리동네에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표를 3번에게 주려고 했는데 유시민이 하도 괘씸해서 후보표는 기권하기로 했다"는 글이 버젓이 대문에 걸려 있기도 했습니다. 저도 할 말은 많지만 굳이 논쟁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다만 탄핵 이후에 열린우리당을 지지했지만, 총선을 하루 앞둔 지금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꾼 수많은 유권자 여러분께, 심장이 터질 듯 절박한 호소를 드립니다. 염치는 없지만 원래부터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까지 뻔뻔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신중하게 총선판세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투표행위가 어떤 거시적 정치참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 주십시오.
열린우리당은 온건보수가 주도하는 가운데 온건진보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결합한 중도보수정당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지 못하는 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다거나, 또는 그런대로 마음에는 들지만 어차피 제1당은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을 키워주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는 여러분 각자의 합리적 행동이, 여러분들 가운데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한나라당의 부활과 탄핵3당의 국회 지배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 주십시오.
저를 비난하셔도 좋습니다.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저주까지도 군소리 없이 받겠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합니다. 정당표를 12번 민주노동당에게 던질지라도 탄핵3당 후보와 열린우리당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지역의 후보표만은 3번 열린우리당에 던져 주십시오. 지금은 정치 그 자체와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가 통째로 위험에 빠진 비상상황입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밤에는 함께 웃읍시다.
총선승리 D-1
열린우리당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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