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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잦아들자 부동층 향배가 최대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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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람' 잦아들자 부동층 향배가 최대변수

[4.15총선-서울 중심부]서로 우위 주장 속 '혼전'

지리적으로 서울의 가운데에 위치한 종로, 중구, 용산은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이나 계층에 치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예외없이 이 지역은 막판까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 분위기는 '탄핵역풍', '박근혜 바람',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발언에 따른 '노풍(老風)' 등 선거에 영향을 미쳤던 바람은 이제 거의 가라앉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일만 남은 듯 하다. 선거 후반부에 또 어떤 바람이 불어닥칠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30%대로 증가한 부동층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라고 게 각 캠프의 공통적 지적이다. 결국 열린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의 치열한 양강 구도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지역 총선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듯하다.

***종로 : '차세대 거물 정치인' 박진 vs '서민을 이해하는' 김홍신**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그 상징성 때문에 매번 박빙의 승부를 벌여왔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초반 탄핵역풍에 힘입어 크게 앞서나가던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와 현역 의원인 한나라당 박진 후보 사이에 밀고 밀리는 접전이다. 양 진영 모두 소폭 앞서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진 후보 쪽 임수택 상황실장은 "박근혜 대표 취임 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2-3일 전부턴 소폭 리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홍신 후보 쪽 김성오 사무국장은 "박진 후보 상승세는 일주일째 일정 수준에서 멈춘 상태"라면서 "여전히 소폭 앞서고 있고 정체됐던 지지율이 올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종로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는 서로 상이한 컨셉을 잡아 막판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외교 문제 전문가임을 들면서 "정치 1번지인 종로의 자존심에 걸맞게 '거물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차세대 리더"라면서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 공보비서관, 한나라당 대변인 등 화려한 이력을 강조하고 있다. 임수택 실장은 또 "박 후보는 종로에서 나고 자란 반면 김 후보는 지역에 전혀 연고가 없다"며 "종로의 아들을 큰 정치인으로 키워달라"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 측 김성오 국장은 "김홍신 후보는 국회의원 8년동안 상임위 활동도 서민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보건.복지 분야에만 전념했다. 종로는 빈부 격차가 큰 지역이지만 대다수가 가난한 서민들이 많다. 김 후보는 이 지역 주민들과 코드가 맞는 후보다. 이런 건 좋은 대학 나오고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사람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또 15, 16대 두 번이나 한나라당 전국구 의원이었다는 김 후보의 '과거'에 대해 "대북 정책이나 복지정책 등 한나라당 당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컸다"며 "작년 12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하기에 앞서 당원권까지 정지 당하지 않았냐. 탈당이라기 보단 '정치적 탈출'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중구 : 15대 의원의 재입성이냐, 3대 국회의원 탄생이냐**

중구는 15대때 이 지역의원이었던 한나라당 박성범 후보와 현 지역구 의원의 아들인 열린우리당 정호준 후보가 맞붙은 지역이다. 박 후보가 이긴다면 16대때 정대철 의원에게 패한 것에 대한 일종의 설욕이고, 정 후보가 이긴다면 3대째 '중구 국회의원'을 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본격적인 선거 직전인 지난 1일 MBC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소폭 앞선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박 후보 측 강기권 기획실장은 "1강 2중 6약 구도"라며 우위를 장담했다. 반면 정 후보 쪽 정영석 보좌관은 "오차 범위 내 박빙"이라고 주장했다.

정호준 후보 쪽에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젊음'이다. 34세인 정 후보는 또 삼성전자 출신인 'IT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선 되면 과학기술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IT 관련 분야에 대한 선진적 입법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65세인 박성범 후보는 오랜 방송활동, 의정활동 경험 등 '경륜'을 강조하고 있다. 강기권 실장은 "행정은 젊은 패기로 할 수도 있겠지만 입법 활동은 패기와 열정만으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박 후보는 KBS 재직 당시 상당 기간 해외 특파원 생활을 했고, 현재 한서대에서 강의도 하는 등 국제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정 후보가 '3대째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 비서관은 "대를 이은 정치인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미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을 한지 10년만에 아들 부시가 대통령을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한나라당에서 대표로 내세운 박근혜씨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력으로 승부할 것이고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 '세습'이란 비판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호준 후보가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한 것이 정대철 의원이었다"고 강조했다.

정대철 의원은 정 후보에겐 약점이면서 동시에 든든한 '백'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인맥, 지역기반 등이 막차를 타고 선거에 뛰어든 정 후보에겐 큰 도움이며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엔드리스 러브(endless love) 아니냐"며 정 후보 측은 정 의원이 가장 큰 후원자임을 숨기지 않았다.

정 후보에게 정대철 의원이 있다면 박성범 후보에겐 아나운서 출신인 부인 신은경씨가 가장 큰 후원자다. 지난 15대때도 신은경씨의 헌신적 노력으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신씨는 지난 4년간 수지침. 뜸 등을 배워 양로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꾸준히 지역구 관리를 해왔다고 한다. 10일 오후 신당동 시장에서 있었던 박 후보 유세에도 신씨가 지원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양자 구도에 중구청장을 11년이나 역임해온 민주당 김동일 후보까지 가세한 상태라는 점에서 아직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데 양 캠프는 이견이 없었다.

***용산 : '터줏대감' 진영 vs '도시전문가' 김진애**

서울 용산은 지난 2000년 총선 석패 후 4년간 터를 닦아온 한나라당 진영 후보와 도시건축 전문가로서의 전문적 능력을 앞세운 열린우리당 김진애 후보간의 접전 양상이다. 박빙의 혈전이라는 외부 판단과는 달리 진 후보측은 "접전 속 확실한 우세"를, 김 후보측은 "넉넉한 우세"를 서로 장담하고 있다.

진 후보측은 "탄핵에 힘입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절반 이상 빠졌고, 여기에 박근혜 대표로 상징되는 한나라당의 변화가 유권자들에게 한나라당을 택할 명분을 제공했다"며 "(대세가 강세로 접어든) 골든크로스를 넘었다"고 자신했다.

캠프의 박용석씨에 따르면 "용산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고, 4년동안 진영 후보가 터를 닦아오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인정을 받았다"며 인지도와 인물의 우위를 그 근거로 주장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표는 육영수 여사의 자태와 품위, 도덕성을 갖춘 긍정적 부분이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갖고 있다"며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했다는 측면에서 진영 후보는 박근혜 대표와 코드가 잘 맞는 인물"이라고 박근혜-진영 '코드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진애 캠프의 김진수 사무장은 "진 후보측이 워낙 조직표가 있는 데 반해 김진애 후보는 지역에 온 지 4개월 밖에 안돼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20~30대 층의 결집도가 높아지면 낙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탄핵 바람이 빠지기는 했지만, 김진애 후보가 도시전문가임과 동시에 선대위원장에 오를 정도로 정치력을 인정받고 있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에 강세 지역이던 이촌동에서도 파고들 수 있는 요소를 갖추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4월1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보인 우세가 등락 없이 소강상태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앙당과 마찬가지로 '불안함'을 강조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결집도를 높이자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 지역의 최대 현안인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해 양측 공히 "이전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접근방식에선 차이가 분명하다. 진영 후보측은 부지활용 계획 등 "살가운 정책"에 방점을 둔 반면, 김진애 후보측은 "서울에서 용산기지가 차지하는 위상"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진 후보측은 "내부의 많은 시설을 활용해 외국인들에게는 문화를 테마로 한 민족 공원을, 내국인에게는 역사 테마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나라당내 일부 보수파가 용산기지 이전문제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진 후보가 이전 찬성 입장이 확실하고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도 변화하는 모습이 뚜렷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애 후보측은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용산기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7~8년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고 비교우위를 장담했다. 캠프 관계자는 "용산기지가 서울 시내에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미개발지이지만, 그 이면에는 SOFA 문제를 비롯한 역사적인 맥락이 숨겨져 있어 단지 달콤한 공약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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