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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역풍'과 '지역아성'의 회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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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탄핵역풍'과 '지역아성'의 회오리

[4.15총선-경기남부 격전지] 한나라 회복세에 격전 펼쳐져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이 서울과 수도권이다. 선거전이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서 이라크 파병 등 새 변수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탄핵역풍의 효과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열린우리당에 쏠렸던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할 지가 이 지역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나라당 부천 소사 김문수 후보, 광명 전재희 후보, 수원 팔달 남경필 후보, 분당갑 고흥길 후보, 민주당 안산 상록갑 김영환 후보 등 탄탄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아성'을 구축해온 현역의원들조차 아직까지는 탄핵역풍 앞에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 임박하면서 이들 현역이 내세우는 '인물론'이 힘을 받기 시작한 분위기여서, 선거막판에 예측불허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부천 소사: 盧 저격수 김문수 vs 盧 최측근 김만수**

부천 소사에선 노무현 대통령 '저격수'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대 노대통령 최측근인 열린우리당 김만수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당 김만수 후보측은 김문수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홍보물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하는 등 선거법 위반으로 3건을 고발했다. 이에 맞서 김문수 후보측도 김만수 후보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5건을 고발한 상태다. 팽팽한 신경전의 연속이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평소 현역의원 중 지역구 관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의원이다. 그런 탓인지 8일 부천역에서 명함을 돌리는 김 후보에게 40대이상의 유권자 중 상당수가 인사를 했다.

이날 역곡역에서 만난 우리당 김만수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김 후보에게 한 20대 여성 유권자가 "메일을 보냈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한 60대 여성 유권자는 자신이 오랜 민주당 지지자라며 한표를 던지겠다고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앞서 나가다가 탄핵역풍으로 전세가 역전됐다가, 최근 다시 김문수 후보가 따라잡는 국면이다.

김문수 후보측은 탄핵역풍이 가라앉으면서 그간 닦아 놓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오차 범위를 넘어 여유있게 앞서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문수 후보는 "40대 이상 호응은 좋다. 현재의 국면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자기 의사 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론조사에서 여론에서 밀리는 집단이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것을 '침묵의 나선 효과'라고 부른다. 이때 잠복한 지지층을 보통 4~5%정도로 추산한다. 이런 정황을 미뤄볼 때 내가 앞서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문수 후보는 "열린우리당이 방송과 인터넷을 다 장악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방송은 10대0, 인터넷은 8대2로 밀린다. 검찰이나 모든 공권력을 저쪽이 쥐고 있다. 또 난 국정원 낙선대상 1호라고 한다"고 '여당 프리미엄'을 가진 김만수 후보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우리당 김만수 후보측은 탄핵을 쟁점화하면서 '역사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만수 후보쪽 신방식 홍보팀장은 "김문수 후보는 탄핵안에 대한 입장을 계속 바꿨다"면서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탄핵안 발의에 참여했다가 당 대표 경선에서는 탄핵안 철회를 주장했다가 다시 탄핵안 통과 과정에는 당론을 이유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또 소사구의 더딘 지역 개발은 지난 8년간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문수 후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만수 후보는 경인전철 지하화 등 차별화된 공약과 비전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가운데 이름 한자만 다른 두 후보가 지금 부천에서 한치 양보없이 격돌하고 있었다.

***수원 팔달: 남경필, 30대 최초 3선 도전 성공할까**

수원 팔달구는 한나라당 남경필 후보와 열린우리당 박공우 후보 간의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 대선때 대변인을 맡아 인지도가 높은 남 후보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탄탄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30대로는 최초의 3선 의원을 노리고 있다. 반면에 박 후보는 '탄핵 심판론'을 주로 내세우는 동시에, 자신이 물갈이연대의 지지후보로 선정된 대목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수원 지역도 전국과 마찬가지로 탄핵 역풍이 거세게 휘몰아쳤던 지역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남경필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는 크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막판까지 '탄핵 신중론'을 제기했던 것이 역풍을 막는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으로도 평가하지만, 지역 기반이 탄탄한 것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남 후보의 한규택 비서관은 "현역의원으로 쭉 활동하면서 지역 문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며 "공약과 정책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그러나 남후보의 탄핵 신중론에 대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부분의 과정을 모른다"며 "변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굳이 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 비서관은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거나 잘한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반성한다. 새롭게 태어날 테니 기회를 달라'는 읍소형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우리당 박공우 후보측은 여전히 '탄핵 심판론'이 주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후보측의 설황수 상황실장은 "남경필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한 이후에는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남 후보의 '탄핵 신중론'에 대해서도 이러한 이미지 전략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수원은 속된 말로 "삼성이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로 삼성전자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도시나, 지역 경제 문제도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여당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있고, 반면에 한나라당은 손학규 경기도지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당 박공우 후보는 "수원 화성 성역화 사업의 경우 수원 독자적으로는 어렵다"며 "국책사업으로 지정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측의 설황수 상황실장도 "여당만이 내세울 수 있는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경필 후보는 "재래시장 활성화, 화성 성역화 사업 등은 이미 손학규 경기도 지사와 도책 사업으로 인가를 받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남 후보측의 한규택 비서관도 "경기도지사, 수원시장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는 쪽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산 상록갑 : 장관.재선의원 '관록'으로 '탄핵역풍' 넘을 수 있나**

경기도 안산상록갑에서는 삼선을 노리는 현역 민주당 김영환 후보와 지역활동가 출신 열린우리당 장경수 후보가 대결을 벌이고 있다. 탄풍(彈風)이 불어닥치기 전 현역 민주당 김영환 후보의 무난한 수성이 예상됐던 지역이었으나, 탄핵 후폭풍이 불면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한 예로 3월20일 KBS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장경수 후보가 48.2%로 김 후보 9%로 다섯배 이상이나 앞서나갔고, 29일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장 후보 39.2%, 김 후보 14.1%로 김 후보가 따라붙긴 했지만 여전히 세배 남짓 차이로 장 후보의 독주가 계속됐다.

두 캠프에서 내놓은 정책 공약은 수인선(수원-인천)의 지중화, 상록수-안산간 전철의 지하화 등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책, 노동환경 개선책, 안산 공단 첨단화로 지역 경제 개발책 등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중앙당 차원의 바람에도 민감한 편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2일 이후 각종 언론사의 중간판세에서 상록갑이 다시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탄풍이 잦아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우리당 장후보측은 "탄핵바람과 함께 장 후보가 7년간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지역을 닦아놓은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중앙당의 실수가 없으면 당선은 무난하다"고 장담했다. 4인 후보 경선을 통과하면서 후보 개인의 경쟁력은 입증됐다는 판단아래, 장 후보가 청소년 지도활동, 방범활동, 환경운동 등 다양한 지역활동으로 지역민과의 '접촉면'을 넓혀온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반면 김영환 후보 캠프측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벽보와 공보를 접한 유권자들이 '인물'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며 과기부장관까지 역임한 재선 의원의 '관록'에 승부를 걸었다. 이 보좌관은 "탄핵으로 벌어진 차이를 다 회복했다"며 '역전승'을 주장했다. 하지만 워낙 탄핵역풍을 강하게 맞은 김 후보인만큼 과연 그의 주장이 현실로 드러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광명 : 10년 '전재희 아성'에 맞서는 '특종 기자'**

시장 2번, 국회의원 1번. 한나라당 전재희 후보는 광명시에서 독보적 존재다. 한나라당에서 전국구 의원이었던 그를 사퇴시키고 보궐선거 후보로 내보낼만큼 이 지역에서 만큼은 그를 꺾을 대항마가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전 후보 쪽 김용탁 보좌관은 "행정가 출신으로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오랜 공직 생활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 없는 깨끗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열린우리당 양기대 후보가 도전장을 낸 상태다. 이 지역 역시 탄핵역훙으로 양후보가 초반에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가, 최근 전 후보가 따라 잡은 상태다. 전 후보 측은 '압도적 우세', 양 후보 측은 '소폭 열세'라고 주장했다.

전 후보의 김용탁 보좌관은 "만든 회사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누가 봐도 훌륭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게 아니냐"면서 "1인2표제니까 한 표는 인물을 보고 찍고 한 표는 지지하는 정당을 찍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양후보측 이청구 사무국장은 "전 후보는 과천 지역에서 깨끗하고 유능한 이미지로 코디네이터 돼 왔던 것일 뿐"이라며 "실제 지역에서 한 일이 뭐가 있냐"고 반박했다. 양 후보 측은 고속철 광명역이 시발역이었다가 정차역으로 바뀐 것과 관련, "새로운 것을 따오지는 못할 망정 가지고 있던 것마저 뺏긴 부분은 현역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힘 있는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당갑 : 경기도 속 강남서 한나라당 꺾일까**

한편 한나라당 고흥길 후보와 열린우리당 허운나 후보가 맞붙은 분당갑 지역은 중.상류층이 밀집한 주거 도시라는 점에서 서울 강남 지역과 정서가 비슷한 지역이다. 따라서 지난 10여년간 한나라당이 우세했다. 탄핵 역풍으로 허 후보가 저만치 앞서나가다가 이제는 양측 모두 '박빙'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교육공학과 교수 출신이며 IT 전문가인 허운나 후보는 '웰빙 도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30-40대 주부층의 표심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반면 고 후보 쪽은 이 지역의 두터운 보수층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고 후보가 '소신'이라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상당수에 달하는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양 캠프에서 입을 모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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