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02년 청와대 재직당시 금호그룹과 SK그룹으로부터 1억원 가량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모두 시인했다. 검찰은 현대비자금 1백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중인 박 전 실장에 대해 이번 추가혐의로 징역 5년 및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박지원 "엄벌에 처해도 깊이 반성하며 살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의 심리로 7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가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있으나 당시 최고 실세로서 청렴을 유지해야 하는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청탁 정도를 떠나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박 전 실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누구보다도 그러한 일을 안했어야 할 위치에서 금품을 수수한 사실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엄벌에 처한다 해도 깊이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박 전 실장은 그러나 "고 박정구 금호그룹 전 회장과 손길승 SK그룹 전 회장이 돈을 건네줄 때 명시적 부탁을 하지 않았고, 사후적으로 (청탁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실장은 2002년 5월 중순경 고 박정구 금호그룹 전 회장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증편 관련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수수했고, 같은해 12월경 손길승 SK그룹 전 회장으로부터 JP모건과의 주식거래 관련 금감위의 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7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지원 "구체적 청탁 없었으나, '청탁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박 전 실장은 그러나 "고 박정구 전 회장은 평소에 가깝게 지낸 분으로 아시아나항공 노선 증편에 관한 말씀은 지나가는 말로 한두번 한 일은 있지만, 당시 3천만원을 건넬 때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후 얼마 안된 때로 '어려울 때 보태쓰라'면서 줬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실장은 또한 "손길승 SK회장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기업인 수행으로 만나 이후 기업인들이 만든 모임에 고문으로 참석해 알고 있던 사이"라며 "당시 정권 말기여서 청탁을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손 회장도 명시적으로 청탁을 하지 않았고, JP모건과의 관계도 신문지상을 통해서 알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실장은 "다만, 당시 아무런 청탁없이 받았지만, '사업하는 분들이니 그러한 청탁이 있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실장의 변호인은 박 전 실장이 금호와 SK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하며 "이 부분에 대해 엄벌을 받아도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그러나 "지난 2000년 현대비자금 1백50억원 수수 혐의와 관련, 공소사실에 따르면 1백50억원중 30억원을 사용했고 1백20억원을 쓰지 않고 소위 '보관자'가 보관하고 있던 상태인데, 2002년에 1억원을 받아 정치자금을 쓴다는 것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실장은 현대비자금 1백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로 금호, SK 1억원 수수 혐의가 현대비자금 수수 항소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호, SK 수수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은 12일 오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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