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70억원 가량의 '괴자금'을 운용해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7일 열린 공판에서 여전히 "외할아버지로부터 받은 20억원의 결혼 축의금을 14여년 동안 운용해 1백67억원으로 불어났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재용씨 "결혼 축의금 20억원 외할아버지가 14년동안 1백67억원으로 불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재용씨는 "지난 87년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의 막내딸과 결혼할 당시 축의금이 18억3천만원이 들어왔고, 여기에 외할아버지가 1억7천만원을 보태 총 20억원이 있었다"며 "외할아버지가 이 돈을 관리하며 재산을 증식해 14년 뒤인 2000년말경 액면가 1백67억원 상당의 채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용씨는 "당시 아버지가 하객을 많이 부르지 못하게 해 하객이 거의 없었고 축의금도 받지 못하게 해 어쩔 수 없이 일부 하객들이 외할아버지를 통해 축의금을 전달했다"며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외할아버지가 20억원의 축의금을 주셔서 어머니와 상의했더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시면 화를 내실테니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돌려주자'고 했으나 이후 '이왕 받은 것이니 네가 알아서 써라'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재용씨는 "당시 얼마가 축의금이었고, 얼마가 외조부가 보탠 것인지 구분이 안돼 증여세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실명으로 관리하면 아버지 돈으로 의심 받을 것 같아 4개 은행 계좌에 가차명으로 관리했고, 그 돈을 88년 1월 외조부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전재용측 변호인 "외할아버지 금융지식 밝아. 축의금 30명이 16억원"**
재용씨 변호인측은 "재용씨의 외할아버지는 육군 경리감을 지내고 농협을 거쳐 금융 지식이 밝았고, 대한노인회장을 지내는 등 사회활동을 활발히 해 주위에 금융 관련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며 검찰의 "20억원을 1백67억원으로 증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추궁을 반박했다.
변호인측은 또한 "당시 하객중 일부인 30여명으로부터 축의금이 16억원 가량이 들어왔다"는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검찰이 증거에 부동의하자 이중 4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변호인측은 이날 법정에서 재용씨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이던 중 85년 미국 조지타운대에 편입했다가 91년 대우그룹에 입사하고 93년에는 일본 게이오대 MBA과정에서 연수하고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을 거쳤다는 등의 이력을 소개하기도 했고, 재용씨도 "단지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살아야 했고, 그 때문에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지내야 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28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전두환씨의 처남 이창석씨와 전씨의 고교 후배 노희찬씨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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