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모르게 후원한 사람 있어 올림픽-월드컵 가능"

검찰, 김현우 아디다스코리아 명예회장에 징역2년 구형

세계태권도연맹 전 총재인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에게 태권도 도복 및 용품 공급 공식후원업체 지정 대가로 5억8천9백만원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현우 아디다스코리아 명예회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2년을 구형했다.

***검찰, 김현우 아디다스코리아 명예회장 징역 2년 구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의 심리로 6일 열림 김 명예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다국적 기업의 경우 한국IBM처럼 한국적 풍토에 적응하기 위해 주주 배당금이나 영업사원 경비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해 뇌물을 제공하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김 명예회장의 변호인은 그러나 "우리나라 체육계가 선진국의 밑거름이 됐던 것은 체육계 지도자들이 활동하도록 알게모르게 후원한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고, 그래서 올림픽도 열리고 월드컵도 열린 것"이라며 "뒤에서 뒷바라지한 것이 오늘 법정에 서게 만들었다. 독지가들을 범죄자로 몰아세워서야 되겠나"라고 '대가성'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유치한 서울올림픽과 한-일 월드컵 과정에 로비의혹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가능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김 명예회장도 최후진술에서 "나는 스포츠계를 위해 돈 많이 썼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20년을 일하면서 많은 돈을 썼는데, 왜 이 자리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김현우 명예회장측 "대가성 없는 후원금일 뿐"**

이날 결심공판에서 김운용 부위원장과 김현우 명예회장측 변호인들은 김 명예회장이 김 부위원장에게 건네 돈은 '대가성'이 없는 '후원금'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명예회장은 "아디다스는 다국적기업으로 공식 후원금만 공식적으로 승인이 되는데, 김 부위원장에게 건넨 돈은 주주 배당금이었다"며 "97년 공식후원업체를 따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최모 세계태권도연맹 직원은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당시 사무총장으로부터 '아디다스를 공식 후원업체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고 실무협상에 나서 성사됐다"며 "아디다스는 '네임밸류'가 높은 국제적 대기업이고 연맹의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어 아디다스가 공식 후원업체로 지정돼 직원들이 무척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특히 "당시 연맹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운용 총재가 아디다스를 '수배'해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김현우 회장과 돈 거래가 있었다는 소문을 듣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도복 및 용품에 대해 품질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김 총재가 지시를 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최씨는 "아디다스는 네임밸류가 높아 신뢰할 수 있었고, 품질검사가 당시 의무사항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육안검사만 했다"고 말했다.

***검찰, "몇 백만원 후원금에서 억대로 상승. 대가성 충분"**

검찰은 그러나 김 명예회장이 97년 이전 김 부위원장에게 2백만원 정도씩 건네다 97년 공식후원업체 지정을 앞두고 5천만원, 지정 후 5천만원을 건넨 것은 업체선정 과정에서 대가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김 명예회장이 이후에도 재계약을 위해 4억9천여만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 명예회장측은 공식지정업체 선정 대가가 아닌 김 부위원장의 IOC 위원장 선거자금을 후원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김 명예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릴 예정이며, 김 부위원장의 속행공판에 변호인측이 IOC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을 재차 증인신청해 재판부의 수용여부와 두 회장의 출석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