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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10·4 선언 부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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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정부, 10·4 선언 부정하나"

[10·4 선언 6주년 기념 토론회] "남북 합의 이행해야"

지난 9월 21일 이산가족 상봉 연기 이후 남북이 상호 비방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10·4 남북 정상 선언이 6주년을 맞았다. 지난 4일 노무현재단과 한반도평화포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6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10·4 선언이 담고 있는 의미를 현재 시점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토론회는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 대한 성토로 시작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 정부가 10·4 선언의 골자라고 할 수 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대북 정책에서 사실상 제외시켰다며, 이는 기존의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기자 회견을 열고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5일 통일부가 심의한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 10·4 남북 정상 선언에서 약속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이 빠져 있다며 이는 곧 "10·4선언을 부정하려고 하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 10·4 남북 공동 선언 6주년을 맞아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이들은 또 "정전 체제의 평화 체제로의 전환,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적인 내용들도 누락되거나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 사안을 기본 계획에서 제외시킨 것은 곧 "민족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남북관계발전기본법에 의거해 5년마다 한 번씩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1차 기본 계획은 지난 2007년 수립됐으며 지난 9월 25일 2차 계획이 마련됐다. 이들은 "기본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것은 남북 관계를 장기적인 국가적 안목이 없이 정권의 이해관계와 필요에 따라 추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에 수립한 2차 기본 계획은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두고 "정전 협정의 미완성 부분을 완성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1953년 정전 협정에서 서해 경계선 문제가 미결로 남아 있었고, 이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는 서해의 경계선을 남북이 합의해서 만들어나간다고 명시했는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이 과제를 해결한 구체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통해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진전을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2차 기본 계획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계획과 한반도 비핵화가 누락된 것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간 환경이 (1차 기본 계획 때와 지금은) 달라지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기본 계획에)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10·4 선언, 6·15 공동 선언 등 남북 간 맺어진 합의서에 대해 정부는 기본적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구체적 이행 문제는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핵 해결 위해서는 조건없는 대화 시작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한반도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북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핵 해결을 위해 '6자 회담 재개 및 지속 가동→북핵 동결→북핵 완전 폐기'의 3단계 방안을 제시하면서, 지난 2005년 체결된 9·19 공동 성명에 기초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제적 조치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비록 대화가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북한과 대화를 진행했던 때가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핵의 고도화를 늦출 수 있었다"면서 북핵은 대화를 하지 않을 때 그 능력이 강화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6자 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며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는 북한이 핵 포기 협상을 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에 전제조건을 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소련은 악마의 제국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소련이 손들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북한의 핵 능력은 협상이 중단됐던 시기에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스스로 목표하고 있는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6자 회담 재개를 비롯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경제 발전을 자신의 정권의 정통성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단번도약'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핵을 가지고 국제 사회와 대립하는 한 성공하기 힘들다. 김정은 정권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6자 회담 재개에 적극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북핵 해결 의지 있나

북한과 중국이 전제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미국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강경하게 다루면 언젠가는 자신들에게 굴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 전 실장은 "이란은 단기간 내에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을 미국의 언론들은 '미국이 주도해서 강경책을 쓰니까 이란이 손들고 나왔다'고 평가한다"며 "미국은 이란이 경제적 제재와 국제적 고립 정책으로 인해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고 분석하고 이를 북한에 똑같이 적용시키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본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은 기회만 있으면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가고 싶어한다"면서 "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북핵을 핑계로 동북아 지역에 MD 체제를 구축하고 이것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실제 미국의 의도는 북핵을 폐기한다거나 핵확산을 막는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북핵을 통한 동북아 정책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년 동안의 북핵 관련 사건들을 떠올리며,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9·19 공동 성명 합의 이후 바로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미국 재무부가 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킨 일)가 터졌다"며 북미 간 신뢰가 무너진 사례를 들었다. 또 "경수로 건설 과정 중 핵심 원자로의 콘크리트 타설식이 끝나는 2002년, 미국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이듬해인 2003년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제네바 합의가 깨진 것"이라며 미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아 북한의 비핵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남한 정부가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전 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하면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미국의 공식적인, 명분상의 입장"이라며 "이를 레버리지로 삼아 한국정부가 미국에 6자회담을 추진하자고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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