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1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시도했으나,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저지에 박관용 국회의장이 끝내 개회 선언을 못해 이날 중 표결은 무산됐다.
***우리당 1차 저지 성공**
이날 오후 4시25분께 10여명의 야당 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도착한 박관용 국회의장은 1시간 30분가량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를 받으며 의장석에 오르지 못했다. 박 의장은 오후 5시50분께 끝내 “오늘은 이 상황에서 더 이상 회의를 할 수 없다”며 개회를 포기했다.
박 의장은 “어제 종일 대화를 위해 많은 제안을 하고 타협안을 시도했음에도 나라를 이런 식으로 끌고가면 대의정치가 어렵다. 대통령을 포함해 대화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그러나 “내일 다시 (본회의를) 열겠다”며 “내일 다시 의장석을 점거하면 내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고 경고, 자위권 발동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12일 오전 10시에 개회될 예정이다.
박 의장의 개회 포기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본회의 개회 무산 직후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는 의장실로 찾아가 박 의장을 설득했으나, 경호권 발동에 대한 확답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양당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차후 대책 논의에 돌입했다.
반면 이날 표결 저지에 성공, 일단 시간을 버는 데 성공한 열린우리당은 본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나흘째 철야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내일은 모든 조치 다 취할 것”**
이에 앞서 박 의장이 오후 4시25분께 본회의장에 나타나자 여야 의원들의 단발마적 고함으로 크게 술렁였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석에 오르려는 박 의장을 가로막자 야당 의원들은 “왜 회의를 못하게 하느냐”, “의장 주변에서 물러나라” 등의 고함을 질렀다.
김부겸 김근태 신기남 이부영 등 10여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둘러싸여 의장석 진입을 저지당한 박 의장은 급기야 4시30분께 “나는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적법하게 소집된 국회에서 적법하게 회부된 안건을 처리해야 할 임무가 있다”며 “나를 계속 막으면 이 자리에서 나도 밤을 샐 것이며, 끝까지 의장석을 점거한다면 10분 뒤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자위권 발동 경고에 야당 의원들은 “잘했어” 라고 호응한 반면, 우리당은 “의장이 이렇게 형식논리로 가서는 안된다”(김희선) 는 등 반발했다.
박 의장은 그러나 자위권 발동은 미룬 채, “‘대화를 해달라’는 열린우리당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용의가 있으나 일단 내 자리에 앉아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의장석에 앉을 수 있는 순서까지는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당은 본회의 개회 자체를 원천봉쇄키로 한 방침에 따라 일부는 박 의장이 의장석에 오르지 못하도록 주위를 에워싸고 있고, 나머지 의원들은 의장석 좌우 계단을 점거한 채 만일의 상황을 대비했다. 박 의장은 이 과정에 “내 몸에 손 대지 말란 말이야”는 호통을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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