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란 핵 협상에 적극적인 미국, 북한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란 핵 협상에 적극적인 미국, 북한은?

"북한 더 세게 압박할 것" VS "이란 협상 성공하면 다음은 북한"

미국과 이란이 역사적인 양국 정상 간 직접 접촉에 성공하면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모드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사실상 핵 보유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면 미국의 대(對)북한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현지시각) 전화통화를 통해 화해 체스처를 주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이 "상호 이해와 존중에 바탕을 둔 중요한 발걸음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 역시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는 이란의 국방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핵무기 개발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 제11대 이란 대통령 하산 로하니. 그는 개혁-중도 연합을 통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역사적인 정상 접촉을 이뤄내면서 이란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같이 미국과 이란 간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보이면서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일 요인이 별로 없다며, 이란 핵문제 해결이 북핵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적 행동 결정을 의회에 미룬 것을 언급하면서 현재 미국의 분위기가 해외 문제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도 해외 문제에 관여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가 주창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미국이 북핵 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줄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아시아로의 회귀는 중동에 문제가 없고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 상태를 전제한 것인데 지금은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미국이 굳이 아시아 문제에 개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미국 내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미국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김 교수는 "이란은 대통령이 나서서 핵 개발 의지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서 자신들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군축회담을 하자고 할 수도 있다"며 "미국은 이런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가기 싫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만약 이란 핵문제가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된다면 북한이 양보하지 않는 한 북핵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선례로 인해 미국은 시간을 끌면 북한도 이란처럼 언젠가는 선제적 조치를 하면서 수그리고 들어오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에서 요구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별다른 해결 방법은 없다"고 내다봤다.

이란이 미국과 핵 협상에 성공한다면

이와 달리 이란 핵문제 해결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양보하지 않으면 북·미 간 대화가 어렵긴 하지만, 이란 핵문제를 해결한다면 북한이 미국-이란 핵 협상 모델을 하나의 성공적인 경험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이란이 주고받기를 통해 핵문제 협상에 성공한다면 북한도 이를 참고할 것"이라며 "리비아 경우처럼 미국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정권만 붕괴시키는 부정적인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경험도 있다는 것을 북한이 인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신형대국관계라는 큰 맥락 속에서 북한이 협력적으로 나오도록 옆에서 조언할 필요가 있다"며 "이란의 경우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 '주고받기를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설득을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고자 하는 의지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6.28 경제조치를 발표한 이후 지금은 본격적으로 북한식의 개혁개방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미국, 남한,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핵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 자체가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경남대학교 박후건 교수는 이란 핵문제에 이스라엘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문제에는 이스라엘이라는 이해 당사자가 끼어 있는데,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하려고 해도 이스라엘이라는 변수로 인해 심각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박 교수는 미국이 이란 핵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한다면 이를 계기로 삼아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 핵문제를 풀면서 그것을 고리로 삼아 북핵 문제를 푸는 것이 미국 정책인 것 같다"며 "오바마가 남은 임기 동안 역사적 업적을 남기는 데 주력한다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박 교수는 "오바마는 2기째 집권 중이다. 오바마가 집중하는 것은 이제 역사 속에서 본인이 어떻게 기억되느냐의 문제인데, 가장 큰 외교·안보 문제라고 볼 수 있는 북핵과 이란 핵문제를 해결했다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면 오바마로서는 상당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이란은 핵을 개발하고 있는 서로 다른 상황적 요인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교수는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비확산뿐만 아니라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나오고 있다. 공세적이다"라고 평가하며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어렵겠지만, 지금은 있는 핵까지 없앨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