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수감된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이 법정에서 "김영일 의원이 부탁해 기업들에 정치자금을 요구한 것"이라고 책임을 김 의원에게 떠넘기며 자신이 독자적으로 기업들에 대선자금 요구했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최돈웅 "김영일 의원이 부탁해 기업들에 협조 요청만 했을 뿐"**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이현승 재판장)의 심리로 13일 열린 최 의원에 대한 첫 공판에서 "당시 10월 29일 후원회에 기업체에서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보고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금 사정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라며 "개인이 어떻게 독자적으로 판단해 (기업체에) 부탁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SK측으로부터 1백억원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돈 받을 장소만 정해줬다"라며 "당시 중앙당 지하주차장에서 받으려고 했으나 SK측에서 거부해 주거지 지하주차장에서 받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특히 최 의원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으로부터 받은 현금 40억원에 대해 "돈 전달 사실은 알았으나 구체적 횟수와 액수는 2003년 말 조사를 받다가 신문을 보고 알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 최 의원이 김영일 의원에게 '삼성이 돈을 적게 냈으니 더 내게 해달라'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지 않았냐"라고 묻자, 최 의원은 "그런 부탁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라고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최돈웅 "삼성 40억원+112억원ㆍLG 150억원, 나중에 신문보고 알았다"**
최 의원은 또 삼성 김인주 구조본 차장을 통해 서정우 변호사에게 건네진 채권 1백12억원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고, 수사과정에서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음을 주장했다.
최 의원은 김영일 의원의 부탁으로 LG그룹에 요청해 서정우 변호사가 '차떼기' 수법으로 받은 1백50억원에 대해서도 "돈의 전달 경위에 대해서는 나중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라며 자신은 단순히 요청만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결국 최 의원은 김영일 의원의 부탁으로 기업체들에 대선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SK 이외에는 돈의 전달 과정에 전혀 개입을 하지 않았고, 액수도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최 의원에게 "삼성, LG 등이 '추가 지원 요청이 있었고, 피고인과의 관계 때문에 지원을 결정했다'고 진술했다"며 추궁하자 최 의원은 "내가 부탁해 기업체들이 결심했다고 한다면 처리 결과를 자신에게 통보해줘야 하는데 통보 받은 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럼 왜 기업체들이 추가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찰 질문에 대해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추가 대선자금을 지원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최돈웅, "한화채권 40억원 '단순전달'"**
최 의원은 한화로부터 받은 채권 40억원에 대해서는 "2002년 11월 중순 63빌딩 모 식당에서 김영일 의원 등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한화에서 대봉투에 채권을 담아와 김영일 의원에게 건넸고, 나는 그 봉투를 이재현 전 재정국장에게 전달했다"라고 진술해 자신은 '단순 전달자'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소요지에 따르면 최 의원은 ▲김영일 의원ㆍ이재현 전 재정국장과 공모, SK로부터 5회에 걸쳐 현금 1백억원 수수, 삼성으로부터 3회에 걸쳐 현금 40억원 수수 ▲김영일ㆍ이재현ㆍ서정우 변호사와 공모, 삼성으로부터 55억원 및 57억원 총 1백12억원의 무기명 국민채권 수수, LG로부터 현금 1백50억원 수수 ▲김영일과 공모 한화로부터 40억원 상당 채권 수수 등 총 2백92억원을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기소요지를 통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모든 국민들 관심 가지는 사안"이라며 "정치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좋은 제도를 만드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으며 관련자들이 반성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는 한나라당 심규철 법률지원단장이 변호인으로 참석하기도 했으며, 다음 공판은 5일 오후 4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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